『프랑스』의 문화재 보호 운동|【파리=주섭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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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것만은 정부가 하도록 버려두어선 안 된다. 우리는 모든 힘을 다해서 이것만은 구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지금 문화재 보호 운동이 한창 일어나고 있다. 구제되어야 할 문화재는 다름 아닌 이 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는 「노트르·담」과 「샤르트르」에 있는 대성당.
「노트르·담」사원은 차량 3백여만 대를 보유하고 있는「파리」시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센」 좌안에 고속도로를 만들 계획으로 인해 소음 등 교통 공해에 더럽혀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고 「샤르트르」 대성당은 「바캉스」때 몰려드는 5백여만대의 차량을 수용할 길이 없어 성당 바로 곁에 거대한 지하 주차장을 만들 계획으로 인해 도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남달리 미관에 신경질적인 만큼 마음을 쓰기 때문에 「몽파르나스」 탑을 세울 때도 격렬한 반대 운동에 부딪친 바 있는 「프랑스」 정부는 「파리」 좌안 고속화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 최근 3개의 안을 마련했었다. 「파리」시의 교통난 해소와 도시 환경을 개선해야 할 절대적 필요성 때문에 마련된 이 안은 제1안이 단순히 「센」강 좌안을 고속도로로 만든다는 단순한 「파리」시 도로과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큰 물의를 자아낸 것이다. 「노트르·담」은 「센」강속 「시테」섬의 맨 위쪽 왼편에 있기 때문에 바로 강 저편에 생겨날 고속도로는 이 사원의 풍치를 해칠 뿐만 아니라 소음·매연 등의 공해에 잠식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반대자들의 첫 주장이다. 「센」강 좌안은 지금까지「파리」 시민들의 아름다운 산책로였으며 이곳에 연이어 늘어선 전통적인 고서적 상, 그리고 계절 없이 몰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노트르·담」 사원과 조화되어 「파리」의 중심지에 가장 아름다운 풍치 지구를 이루어 왔었다. 이곳에 고속도로가 생기면 산보자들 등 「센」 좌안을 아끼던 모든 사람들이 쫓겨나는 대신 수많은 차량들의 통행만이 존재해 「파리」의 가장 아름다운 「노트르·담」 사원주 변의 풍경이 삭막한 폐허 같은 분위기로 전락된다는 것이 반대자들의 다음 주장이다.
이 같은 반대자들을 걸합, 「노트르·담」 지구 미화 및 방위 위원회가 구성, 이 밑에 30여개의 각 사회 단체, 각종 조직이 포함되어 강력한 세력으로 「비라」와 가두 연설 등 맹렬한 반대 운동을 펴고 있다.
이 같은 강력한 반대 운동에 부딪친 「프랑스」 정부의 고민도 적은 것이 아니었다. 3백여만명의 차주들은 물론 도시 계획가·건축가·각종 운수 단체들이 살인적인 교통난 해소란 이유를 들어 이 고속도로 계획에 찬성하고 나서 격렬한 논쟁이 야기된 것이다.
그래서 「파리」 도시 계획 위원회에서 내놓은 안이 제2안으로 「노트르·담」 풍치도 살리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이른바 절충안이 나왔던 것.
이 절충안도 별 것이 아니고 「노트르·담」이 시작되는 「알슈베세」 (대주교) 다리에서 「로이얄」 다리까지 아예 지하도를 파자는 것이다. 그리고 좌안에 「노트르·담」에 이르는 강변을 산보자들을 위한 공원을 만들어 미관도 살리고 차량 소통도 되는 꿩먹고 알먹고 식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절충 안에도 문제가 생겼다. 반대자들의 위원회에서는 「센」강의 좌안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쳤고 게다가 예산면에 있어서도 시의 도로과에서 세운 계획보다 10억 「프랑」이 더 많은 34억 「프랑」 (한화 약 31억여원)이나 공사비가 들게 되어 정부의 입장에서도 별로 달갑지 않은 안이 되고만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시 고안된 것이 제3안. 사설 도시 계획 연구소 소장인 「장·네쉬」씨가 설계한 이 안은 아예 「투르넬」 다리에서 「셍·마셀」다리까지 「시테」섬의 4분의 3에 이르는 거리를 「센」강 밑으로 「터널」을 파 버리자는 것으로 언뜻 보기에는 엉뚱한 계획 같이 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안에도 역시 말썽은 잇따르고 있는 것 같다. 「파리」의 도시 구조로 보아 차량이 「센」강 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양쪽 입구 부분이 급경사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통 안전상 위험하다는 주장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파리」 시의회는 지금 이 3가지 안을 놓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서 있으며 금년 안에 이 말썽 많은 「센」 좌안 고속도로는 착공될 전망이다.
한편 중세 「유럽」 문명의 최고 걸작중의 하나라고 일컫는 「샤르트르」의 대성당도 교통난 해소란 「절대적 필연성」 때문에 도괴될 우려가 있다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처음 내어놓은 사람은 이 성당의 건축자 중의 한 사람인 「베렝자르」의 후손이라는 「모리스·귀냐르」씨. 그에 따르면 「보스」시의 지도자들이 「바캉스」 때마다 몰려들어 시의 교통이 마비되는 것을 해소시키기 위해 거대한 지하 주차장을 건설키로 했다고-.
건축자의 후손이기 때문에 이 성당의 신비를 가장 잘 안다는 그는 『이 성당은 겉보기에는 견고한 것 같지만 공백 위에 건설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단 한번의 도끼질에도 이 아름다운 기념물이 와르르 무너질 만큼 약한 것이 이 성당이다. 이 성당 밑에는 5개의 지하실이 있으나 현대 건축같이 지상 건물을 지하실과 견고히 연결한 것이 아니라 성당과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이 성당을 받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 많은 「프랑스」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8백여년 동안 전쟁 등 온갖 참화에서도 피해를 보지 않았던 이 성당이 현대의 괴물인 교통난 때문에 붕괴 직전에 서게 됐다는 것은 바로 무의식인 인간의 범죄이다』라고 주장한 「귀냐르」씨를 중심으로 지금 이곳 지하 주차장 건설 반대 운동이 맹렬하게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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