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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과 2013년, 17개 중복판 치수가 달라진 까닭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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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는 중복판 205장을 대상으로 폭·길이·두께 등 세부 판형의 정밀 치수를 조사했다. 이를 1977년 서수생 박사의 조사 결과와 비교하자 17개 판에서 치수가 오차범위인 3㎜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엄론경(大莊嚴論經) 권2 장19, 20의 경우 2013년 조사에선 마구리 너비·여백 너비·각판(글씨가 새겨진 부분) 너비·경판 길이·경판 두께 등 5개 항목에서 서 박사의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각판 너비는 무려 54㎜나 늘어난 반면에 총 길이는 45㎜, 경판 길이는 12㎜, 여백 너비는 7㎜ 줄어들었다.

 대반야밀다경 56권은 각판 너비가 44㎜ 더 크게, 21권 역시 각판 너비가 37㎜ 더 늘어난 것으로 측정됐다. 대반야밀다경 31호 역시 경판 길이가 29㎜ 더 컸다. 이관섭 연구위원은 “목재가 줄어들기는 해도 길이가 늘어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조사 대상이 된 경판들이 1977년 판과 동일한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목재의 재질도 달랐다. 이 위원은 “건조가 안 된 나무에서 발생하는 붉고 푸른 곰팡이가 많이 피어 있었다. 전문가들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이 판들은 1937년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졌으며 다른 원판들과 함께 보관돼 있다. 이 곰팡이균들은 다른 원판에도 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다.

  문제는 언제 바뀌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해인사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판의 유출과 관련된 어떤 기록도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법적 수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왜냐하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판전(대장경 보관실)에서 경판의 크기가 바뀌었다는 것은 누군가 계획적으로 몰래 들어와 바꿔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무렵까지만 해도 아무나 판전에 출입할 수 있었을 만큼 관리가 허술했다. ‘바꿔치기’ 의혹을 받는 판들은 모두 1937년 일제 강점기 때 제작된 판들이라는 점도 의문점을 키운다.

특별 취재팀=안성규·조용철·정형모·류정화 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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