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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기상전·초토전의 후유|만신창이의 월남국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맘만 먹으면 달나라라도 왔다갔다하는 나라가 두 팔 걷고 덤벼들었던 탓인지 포격이 멎은 월남은 그야말로 만신창이.

<정글이 개골산으로>
폭탄 때문에 논밭이 곰보처럼 되어버린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진짜 두고두고 골머리를 썩여야할 일은 따로 있다. 「고엽제」·「기상전」·「초토전」이라는 초과학 3총 사들의 후유증이 그것이다.
「고엽제」란 문자그대로 나무 잎을 죽여버리는 화학약품. 비행기에서 농약 뿌리듯이 뿜기만 하면 빽빽하던 열대「정글」이 몇 시간 안에 개골산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미군이 처음 이 신묘한 무기를 사용한 것은 61년 11월. 그 결과 숲 속에 숨은「베트콩」들을 노출시키는데 안성마춤임이 알려지자 이들이 있을성싶은 곳이면 우선 이 약부터 뿌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연파괴가「베트남」 전역을 영구히 황무지로 만든다고 제일먼저 들고일어난 것은「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의 과학자들.
결국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고엽작전」은 70년 12월에 중지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월남전체 삼림의 30%가 앙상해지고 난 다음이었다. 다시 말해서 전 남북에다가 제주도를 보탠 면적이 죽은 나무들의「정글」로 변한 것이다.

<호풍환우의 기상 전>
「기상전」이란 이를테면 인공강우전법. 손오공이 호풍환우하듯이 적 집결지에다가 비를 쏟아 부어서 물귀신을 만든다는 얘기이다.
한데 문제는 비를 부르기 위해 비행기에서 살포하는「모종의 화학 제」에 있다. 63년 「후에」시의「데모」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옥화은 이었는데 그 뒤「환우전」이 본격화하자 지독한 공해 화학 제를 사용했다는 설이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어거지」비를 맞은 지역이 몹시 오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인공강우가 세계의 기상상태를 크게 교란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축까지 몽땅 소개>
71년 월맹북부지역을 쑥밭으로 만들었던 대홍수도「기상전」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한 듯.
어쨌든 생태학자들의 인공강우지역 후유증 조사결과가 나오면 순임금이 기도로 내리게 한 원시적 인공강우와 미군 기가 화학약품으로 만든 현대적 인공강우의 차이는 곧 밝혀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초토전」은 일본황군이 중국대륙에서 썼던「삼광작전」과 비슷한 것.「베트콩」들이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성지역이라면 집이건 가축이건 깡그리 없애버리는 전법이다.
그 결과「사이공」정부는 약 6백만명(미 상원난민소위발표)의 피난민을 맡게되었다.「베트콩」출몰 지역의 주민들을 대량 소개했기 때문이다. 월남전의 후유증은 한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김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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