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적으로 본 노인문제|한국사회교육진흥회(서울노인학회)주최 강연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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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사회교육진흥회 (서울노인학회)는 노인문제특별강좌를 23일∼26일 (매일 하오6시30분∼8시) 정동 「젠센」기념관에서 열고 있다. 이번 공개강좌는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여 점차 심각해지는 노인문제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적절한 조화를 촉구하려는 것으로 「정신의학적으로 본 노인」(이병윤) 「노인의 섭생」(한준명) 「가치관과 가정교육문제」(노회환) 「가족간의 갈등문제」(노희환) 등의 강좌를 매일 하나씩 다루고 있다. 다음은 첫날에 있은 이병윤박사 (고대의대교수)의 「정신의학적으로 본 노인」에 대한 강연내용을 간추려 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생활의 중심에서 밀려나가게 되는 노인들은 자연히 당황하게되고 압박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0%(68년 현재)를 차지하는 노인들의 벗어나기 어려운 고민이다. 이러한 갈등에는 주위 젊은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인들 자신의 자각과 적응하려는 노력이다. 먼저 노인들은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쇠퇴를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을 지능이라 한다면 15세를 전후해서 가장 활발하던 사람의 지능활동은 45∼50세부터는 저하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험과 사물에 대한 해석이 둔해지고 변화를 싫어하는 노인의 특성은 자칫하면 젊은층과의 사이에 「갭」을 만들게 된다. 노인들은 이러한 쇠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알맞은 생활로 그것에 적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여기에는 젊은 사람들의 따뜻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제로 노인들의 커다란 고민은 죽음에대한 공포보다도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여생에 생길지도 모르는 질병, 자손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업신여김을 당하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더욱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 다음의 중요한 문제는 직업을 잃어버리는데서 오는 것이다. 노인의 경험과 지식이 중시되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오늘날의 산업화·도시화한 사회에서 직업상실은 그 인간자체의 가치상실로 인정되는 경향마저 있다.
우리가 보통 「노망」이라고 부르는것은 일종의 노인성 정신병으로 뇌세포 활동의 부진에 의한 기억력 감소와 지능의 병적 저하. 그리고 거기에 따른 고집과 오해·의심 등의 증세를 말하는데 가정불화·직업상실 등에서 오는 커다란 정신적 고통과 불안, 그리고 자존심에 대한 타격은 그 증세를 급격히 심화시키기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겨나가는 노인정신건강의 필수조건으로 이 교수는 다음의 다섯가지를 권장하고있다.
첫째 보람을 갖도록 노력할 것. 될 수 있으면 좀더 커다란 범위의 보람을, 그리고 나아가서 그가 죽는순간 후회하지 않을만한 가치가 있는 보람을 찾으라는 것이다.
다음은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라는 것이다. 즐거운 언행과 즐거운 행동이 좀더 차원 높은 것이라면 더욱 바람직하다.
세째는 사랑의 울타리를 가져야 한다.
핵가족화하는 오늘의 사회에서 가정이라는 희로애락의 인간적 테두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인은 가정에서 존경과 위엄, 체신을 스스로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네째는 숙면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잠이 없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견해다. 점심식사후 한두시간 「소파」나 의자에 앉아 반 긴장상태로 낮잠을 즐기는 것은 밤의 숙면을 위해서도 적당한 방법이다.
끝으로 생활의 규칙성. 인체의 활동에는 일정한「리듬」이 있다.
자칫 이완되기 쉬운 노인들의 생활에는 의도적인 규칙생활이 더욱 필요하다.
수면·식사·운동 등 자신에 맞는 규칙을 경하여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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