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닉슨」대통령의 재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워싱턴」에서는「닉슨」대통령의 제2기 취임식이 성대히 거행되었다. 69년이래 초선대통령으로 4년간 재직하는 중 미국내외정세의 격동에 부닥쳐 허다한 난 문제와 대결치 않으면 안 됐던「닉슨」대통령은 그 소임을 잘 수행한 탓으로 작년11월 대통령선거전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제2기 대통령으로 다시 취임하게 된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그 취임, 연세에서『미국의 가장 지리하고 어려웠던 전쟁은 끝나가고 있다』고 선언하고, 이어서『우리는 세계평화의 새 문턱에 서있다』고 지적했다. 이는「파리」평화협상타결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월남전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유력히 시사한다. 대통령 취임축제 때 백악관 앞에서 반전「데모」의 선풍이 불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국론이 월남문제해결을 둘러싸고 아직도 심각한 대립을 풀지 못하고 있다는 증 좌이다.「닉슨」대통령은 국론의 통일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해서도 빠른 시일 안에 월남전을 종결짓기 위해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닉슨」대통령은「닉슨·독트린」을 다시 강조하고 미국이 대외공약을 성실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 미국의 역할이 불가결하듯이 각국이 평화를 확보함에 있어서는 그들 자신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닉슨·독트린」은 미국의『힘의 우위』의 붕괴가 자아낸 필연적인 산물이다. 따라서 일단 무너지기 시작한『힘의 우위』의 회복이 무성한 것이라면,「닉슨·독트린」은 미국 우방들의 원·부원과 무관하게 계속 추진되는 것으로 보아야한다.
「닉슨」대통령이 지적하고 있는바『미국이 다른 모든 나라의 전쟁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시대, 다른 모든 나라의 장래를 우리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시대, 미국 다른 나라들에 그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간 것이다. 지난 30년간「세계제국」으로 서의 책임을 자부하던 미국은 그 책임이 너무도 힘에 겨워 도저히 자력만으로는 부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까닭으로「세계제국」의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더욱 굳히고 있다. 미국이「세계제국」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미국의 책임 후퇴가 세계의 어떤 부분에『힘의 진공상태』를 조성하거나 혹은 우방에 심각한「쇼크」를 주지 않도록 질서 있고 계획적인 행동을 신중히 취해나간다는 것이다. 여전히 세계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여 침략위협을 사전에 제거하고 그 재력을 행사하여 피원국의 자립을 돕는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다수를 위한 정치』라는 구호를 내건「닉슨」대통령은 국내정치에 관해서도 미국시민이 지나치게 정부에 의존하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국민각자가 독자적인 복지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자주적 인 태도를 확립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수를 위한 정치』의 다수라는 말은 아마도「닉슨」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침묵하고 있는 다수파』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수를 위한 정치』는 급진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권력적인 탄압을 가하고,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체계나 중산계급의 생활양식을 강력히 옹호하겠다는 확고부동한 의사의 표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60년대 중반기부터 흑백간의 분열대립, 신·구 세대간의 분열대립, 그리고 정부와 국민간의 분열대립 등으로 말미암아 심각한 고민을 겪고 있다. 이 갖가지 사회적인 균열이 『침묵하고 있는 다수파』를 위협하게 됨으로써 정부는「법과 질서」라는「슬로건」을 내걸고 보수적인 중산층에 호소하여 사회의 안 녕과 점진적인 개혁을 이루어 나가고자 함은 불가피하고 또 당연한 일이다.
「닉슨」대통령의 개인적 성격은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좋아한다. 이 극적 성격은 정책상으로는 극단 한 기회주의를 일컫는「슈퍼프래그머티즘」(초 실리주의)으로 표현되고 있다. 스스로 이념적인 상징에 구애받지 않는「닉슨」대통령은 바로 그 때문에 정책상 진폭이 넓은 행동의 자유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닉슨」대통령은 대내외 문제처리에 있어서 공약이행에 성실한 정치가이다. 우리는「닉슨」대통령의 극적 성격이 미국정부의 모든 정책에 조화를 이루어 미국의 번영을 촉구하고 세계평화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하기를 염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