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럽」안보준비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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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핀란드」의 수도「헬싱키」에서는 15일 전「유럽」안보준비회의가 재개됐다. 작년말 제1차회담이 24일간 지속하다가 막을 내린 후 한달만에 재개되는 회담이다. 이 준비회의에는 「알바니아」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와 미국, 그리고 「캐나다」까지를 합친 34개국 대사급대표들이 참가했다.
이 준비회담은 대체로 오는 6월께로 예정돼 있는 각국 외상급에 의한 전「유럽」안보본회의를 위해 그 의제·의사절차·의결방법·개최날짜와 장소·공용어등 모든 조건들을 사전에 협의함으로써 본회의의 개최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다.
70년대에 들어선 이후 「유럽」의 정세는 크게 완화되었다. 72년5윌「모스크바」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현상동결의 토대위에서 「유럽」의 안전과 안정, 평화를 이룩하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인데, 이는 11월8일에 가조인된 『동·서독간 기본조약』과 더불어서 지난 4반세기에 걸쳐 지속했던 동·서「유럽」국가들의 분열과 냉전시대에 종말을 고하는 우렁찬 「팡파르」라고 볼 수 있다. 이 결정적인 해빙을 향한 정세변화는 전「유럽」안보회의개최의 기운을 성숙시켜 놓았다.
작년말 준비회담에서 소련대표는 전「유럽」안보본회의가 다루어야할 의제로서 ⓛ「유럽」의 안보와 「유럽」제국간의 관계의 원칙 ②환경보호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평등을 기초로 하는 무역·경제·과학·기술교류확대 ③「유럽」의 안전과 협력을 위한 항구적기관의 설치 등 세가지를 제안하고 『「유럽」의 안보』와 『「유럽」제국간의 관계의 원칙』은 서로들 불가분한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여기 ①과 ③은『공산주의건설을 위한 유리한 국제조건의 확보』라는 「브레즈네프」외교의 기본방침에서 나온 것이고, ②는 정체의 색채가 짙은 소련경제에 대해 서구와의 무역확대와 기술도입으로 자극을 주어 하향경향을 보이고 있는 경제성장율의 상승을 노린 것이다.
소련의 이와 같은 대전 「유럽」안보회의 자세에 대해 서방측, 그 중에서 특히 서독과「프랑스」는 동·서간의 『신뢰감을 수립하는 조치』라고 평하고 동·서간 장벽을 낮추어 인간과 사상·정보의 자유로운 교류를 실현해야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내세웠다. 금차 재개된 준비회담에서 「벨기에」「이탈리아」「덴마크」등 3개국대표가 여행제한 및 검열제를 완화하고 인적접촉·문화적 교류 및 폭넓은 정보교환에 바탕을 둔 새「유럽」의 건설에 이바지하고 공동 제안한 것은 상기한 서방측의 기본적인 견해를 구체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소련사회는 아직도 사실상 쇄국상태에 있다. 철의 장막을 내리지 않고서는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공산주의정치의 기본적인 약점이 사회주의 혁명후 55년이 지난 소련으로 하여금 아직도 폐쇄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사상·정보의 자유로운 교류를 요구하는 서방측 제안은 소련에 대단히 골치아픈 제안이다. 그뿐더러 「루마니아」는 『어떤 국가도 타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여 전「유럽」 안보회의가 모든 참가국에 명확한 문서를 가지고, 여하한 정세상황하 무슨 구실을 가지고 써도 무력행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를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이같은 주장은 분명히 「브레즈네프·독트린」(제한주권논) 의 철폐를 노린 것이라 볼 수 있다.
「루마니아」의 입장은 『전「유럽」안보회의는 「블록」간의 회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온 「프랑스」의 입장과도 상통하는데, 소연은 이 전「유럽」안보회의가 동구제국의 자주독립노선 보강에 이용되지 않도록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입장에 있다.
이처럼 전「유럽」안보회의는 준비회담에서부터 많은 의견대립을 노출하고 있지만, 강대국간의 평화공존과 동·서구간의 해빙경향은 결국 이런 의견차를 점차로 극복시켜 본회담을 개최케 하리라는 것이 아마도 타당한 예측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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