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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민 기자의 ‘살림의 신’] ‘눈에는 눈’의 지혜 … 와인 얼룩 지우는 건 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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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성질 급한 이들은 이미 지난달 말께부터 송년모임 시즌으로 돌입했다. 2주 남짓 남은 2013년, 송년모임이 더 잦아질 때다.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주류, 그중에서도 와인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레드와인의 붉은색은 뭔가 축하할 일이 있거나 송년모임처럼 조금 더 근사한 분위기를 즐기고자 할 때 잘 어울리는 편이다. 한데 레드와인을 곁들인 근사한 모임일수록 주의할 게 있다. 와인 잔을 엎지 말아야 한다는 것. 평소보다 잘 꾸미고 간 자리일 경우는 더 그렇다. 아끼는 옷에 레드와인을 쏟아 처치 곤란이 된 경험들 있을 것이다. 의류에 포도 물이 잘못 들어도 빼기가 어려운데 포도를 묵혀 만든 레드와인이 물들면 세탁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최근 JTBC 프로그램 ‘살림의 신’ 녹화장에서 만난 ‘니트의 여왕’에게 옷에 묻은 레드와인 없애는 비법을 전해 들었다. 한국손뜨개협회 강사 배정은(36)씨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와인은 와인으로 제거하라”고 조언했다. 배씨는 가져온 뽀얀 베이지색 니트에 레드와인을 듬뿍 부었다. 진한 보랏빛으로 니트가 벌게졌다. 재빨리 화이트와인을 적시자 바로 옷에 묻은 진하고 붉은 얼룩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함께 출연한 세탁기술협회 김영일 회장은 “세탁의 기본 원리가 얼룩과 비슷한 성질의 세탁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유성 사인펜 얼룩을 물파스나 바세린처럼 석유계 용제로 닦아 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eye for eye, tooth for tooth)’라는 말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법적 보복 개념이다. 단순하고 쉽게 풀면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때, 당사자가 같은 해를 입어야 정의’라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다. 유대교 경전, 기독교 신약성서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다만 마태복음엔 같은 내용을 먼저 언급한 뒤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라는 구절이 추가된다. 용서하란 얘기다.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레드와인 자국이 화이트와인으로 싹 빠지는 걸 보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다. 서운함, 마음의 상처, 물리적·경제적 손해 등 1년 내 쌓인 것들이 있을 터다. 이 모든 것에 대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할지, 용서하고 화해해야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도덕 군자처럼 용서하라고 아무리 강요한대도 스스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니트 세탁처럼 단순한 결론이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사 어디 그런가. 그래도 와인은 와인으로 빼는 게 좋다고 한다.

강승민 기자

다음 주 수요일(18일) JTBC 프로그램 ‘살림의 신’은 ‘선물의 신-겨울 세탁편’으로 꾸며진다. MC 정지영과 4명의 연예인 주부들이 운동화 세탁법과 니트 관리비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인터넷에 퍼져 있는 각종 살림 노하우를 직접 실험해 실제로 유용한 정보인지도 가려 본다. ※QR코드를 찍으면 프로그램 속 제품의 상세한 정보와 할인쿠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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