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대통령 보도량 정권 장악력따라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지상파 TV방송 저녁 종합뉴스의 대통령 관련 보도는 억압적인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가장 많았고, 정권 장악력이 떨어졌던 노태우 시절에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의 장현주씨가 KBS 9시뉴스와 MBC 뉴스데스크를 대상으로 임기 중반인 87년, 90년, 95년, 2000년의 2주치 뉴스를 샘플로 해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분석한 결과다. 장씨는 이 같은 내용을 '한국 텔레비전 뉴스의 대통령 보도 분석'이란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역대 대통령별 방송 뉴스 보도량과 보도시간은 전두환(27건:76분16초)-김영삼(23건:36분18초)-김대중(22건:27분42초)-노태우(10건:8분11초)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도 순서를 보면 全대통령 시절에는 1~3번째에 몰렸고, 盧대통령 때는 4~10번째로 밀렸다.

김영삼 대통령 이후에는 방송사 간 뉴스시청률 경쟁과 정치뉴스에 대한 국민 염증이 커지면서 대통령 뉴스가 분산 배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방송사들은 대통령 관련 뉴스를 여전히 중요하게 취급해 매일 최소한 한 건은 보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 형식은 全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을 주어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김영삼 대통령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가 늘고 시청률 경쟁이 심해지면서 뉴스 형태가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대통령 관련 보도 내용은 지난 15년 사이 큰 변화가 없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사항과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주조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보도영상도 82건의 뉴스 중 57건(70.3%)에서 청와대 내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행사에 참석하고▶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연설하며▶고위직만 만나는 모습을 주로 보여줘 대통령은 의례적.권위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역대 정권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취재를 제약하고 공익과 관련한 정보조차 언론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되도록 숨기는 소극적인 언론정책을 취하면서 취재환경이 악화해 이 같은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씨는 "방송 뉴스란 사실이 아니고 기자와 방송사에 의해 매개된 환상이지만 지속적으로 보도되면 뉴스를 접하는 개개인이 이를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미디어 이론을 소개하며 이런 폐해를 줄이려면 관련 취재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