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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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에네르기쉬」라는 말이 있다. 독일어이다. 『원기 왕성한』 사람을 보고 하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에너제틱」이라고 한다. 역시 정력적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에너지」 (energy)에서 비롯한 형용사. 「에너지」는 원래 물리학의 용어이다. 『물체가 물리학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의 능력을 「에네르기」로 표현하는 것은 오싹하는 느낌이 든다. 『물리적 힘의 시대』, 『「에네르기」의 시대』와 같은 사고에서 비롯된 습관일 것 같다.
「에네르기」는 역사상 줄곧 큰일만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원시의 동혈을 벗어 나와 문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열과 빛의 「에네르기」를 찾고부터서이다. 모든 문명의 위대한 변혁은 「에네르기」의 추진력이 없었던들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선 오늘의 우주 탐험도 화학 「에네르기」를 「로키트」에 사용함으로써 가능했다.
이제 혹성 개발은 원자력 「에너지」의 이용 여하에 그 열쇠가 매달려 있다.
「에네르기쉬」라는 말은 따라서 인간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국가의 활력을 두고 말할 수도 있다. 「에네르기쉬」한 국가가 있는가하면 비틀비틀하는 약골의 국가도 있다. 그 모순은 바로 「에네르기」의 잠재력에 있다. 「에네르기」를 무한히 개발하여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에네르기쉬」하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자연히 약골이 되고 만다.
가령 미국은 석유 매장량에서 세계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석탄의 경우는 30%, 천연「개스」도 30%이다.
그만큼 「에네르기」를 넉넉히 국토 속에 함축하고 있다. 「에네르기쉬」한 강국이 된 것은 단순히 영토나 정치력의 소산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영토의 넓이와 정치적 능력은 「에네르기」에서 솟아나는 힘 때문에 강하게 지탱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연료뿐이 아니다. 화학·화력·원자력에서도 미국은 월등히 앞서고 있다. 「에네르기」의 지배가 곧 세계의 지배를 의미한다. 이것은 모든 강국의 「에네르기」 잠재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천혜」라는 것은 그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하에 천혜의 자원이 쌓여있는 나라가 따로 있는 것이다. 물론 국가의 부강은 국민의 각성과 좋은 지도자의 슬기에 의해 후천적으로 건설된 나라들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천혜」가 전부는 아니다. 국민적인 의지와 활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도 역시 역사가 교훈 하는 바이다.
최근 강원도 건봉산에서 유연탄맥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천혜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천혜를 온전히 가꾸고 개발하는 성실한 의지와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타고난 능력도 내버리는 어리석은 국민은 희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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