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정부가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TPP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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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뜻대로 되게끔 다른 나라들이 놔두진 않습니다. 한국산 물건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는 거죠. 이 같은 조건은 나라 간 약속을 통해 정하는데요. 그 약속 중 하나로 최근 거론되는 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입니다. 이번 틴틴경제는 지난달 정부가 검토에 들어간 TPP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TPP(Trans Pacific Partnership)는 2006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공동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데서 시작됐습니다. 2015년까지 이들 나라 기업들이 사고파는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했습니다. 여기서 관세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물건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주로 뜻합니다. 10%의 관세를 매기면 그만큼 상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을 사고 싶다는 욕구가 줄어듭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 회사가 만든 제품을 보호해주는 거죠. 또 수입 상품이 소비자 앞에 놓일 때까지 관련 검사 절차를 단계별로 마련해놓고, 이를 느릿느릿 통과시키는 방법을 쓰는 것도 자국 제품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비관세 장벽이라고 불리는 이런 것도 회원국 사이에선 폐지하자는 게 TPP의 목표입니다.

12개 나라가 관세 장벽 없이 무역

 TPP는 2008년 미국·호주·페루·베트남·말레이시아가 참여해 회원국이 9개국으로 늘었습니다. TPP라는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입니다. 태평양(Pacific)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변 국가들의 참여가 본격화된 거죠. 이후 캐나다·멕시코·일본이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12개로 늘었고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입니다.

 여러 나라들이 TPP에 참여하려는 것은 자유무역이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TPP 가입국 국민들이 더 싼 값에 삼성 갤럭시S4를 살 수 있고, 반대로 한국 국민들은 호주산 쇠고기나 칠레산 포도를 더 싸게 사먹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처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익이 클 수 있지만, 그만큼 한국 농·축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예상합니다. 다른 나라도 산업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목표한 대로 협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경제협력을 명분으로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려는 목표도 나라마다 제각각입니다. 이 때문에 TPP의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나라끼리 의견차가 발생합니다.

한국, 가입 땐 GDP 2.5% 증가 예상

 미국은 TPP를 통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 합니다.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량이 많아질수록 이 지역에서 자기네 나라의 영향력도 커진다고 믿는 것입니다. 또 미국 경제가 5년 넘게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수출을 통해 경제 회복을 꾀하려는 것도 있습니다.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소비자들이 중국산을 흔히 만나는 날이 오기 전에 미국산 제품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겠다는 겁니다.

 거꾸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외교적 라이벌 국가인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까지 무역 주도권을 넓혀가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또 중국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대폭 열면 자국의 전자제품·자동차 등 산업이 다른 나라에 점령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중국은 TPP보다는 한국·일본과 단계적으로 개별 FTA를 맺으며 개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 명으로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기 때문에 그동안 수출에 대한 걱정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많은 물건을 생산해도 자국 내에서 다 팔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20년 넘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안정적인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게 일본에도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이 때문에 TPP에 참여하기로 한 것입니다. 한국이 미국·유럽연합(EU)과 FTA를 맺어 나가는 상황을 보면서 자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본은 TPP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외교적 수단으로도 활용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10년 뒤 국내총생산(GDP)이 2.5%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반대로 TPP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최대 0.2%의 GDP가 감소할 것으로 점쳤습니다. 시장을 개방하는 만큼 기업 간 경쟁이 촉진되고, 이에 따라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려는 노력이 더해져 기업의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다만 농업에 대한 적절한 보호는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7개국과 이미 FTA 맺어 무용론도

 한국이 TPP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미 TPP 회원국 중 7개 나라와 FTA를 맺은 상태여서 한국이 추가로 더 얻을 게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 미국이 TPP 가입국을 승인할 정도로 주도권을 갖고 있어서 이를 견제하는 중국과의 관계도 멀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고, 중국에서 얻는 무역 흑자가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많기 때문에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겁니다. 또 수입품의 물량 공세를 우려하는 농·수산업계의 반대도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TPP 가입에 앞서 경제적 실익과 외교적 관계, 산업 간 형평성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가 ‘참여선언’을 하지 않고 ‘관심표명’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문제들을 앞으로 더욱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입니다. 틴틴 여러분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TPP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꾸준히 살펴보시는 게 어떨까요.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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