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말썽부리는 전직 홍위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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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5년부터 약3년간 중국천지를 뒤흔들었던 홍위병들이 최근 들어 「홍콩」에서 말썽을 부리고 있다. 물론 「모택동 어록」을 읽는다거나 백화점을 때려부수는 「이데올로기」적 난동은 아니다.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소년범죄의 거의 대부분을 이들 전직 홍위병용사가 도맡고 있는 것이다.
중공에서 이들에게 처음 「브레이크」를 건 것은 67년 여름께 주은래에 의해서였다.
그 뒤 문혁의 주역이 중공군으로 바뀌자 이들은 찬밥을 먹기 시작, 심하게 날뛰었던 홍위병들은 대거 「홍콩」쪽으로 도망쳐 나왔었다.
「홍콩」의 영국정청은 원칙적으로 중공에서 들어오는 「망명객」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홍위망명객」이 얼마쯤 되는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발표를 안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을 잘 아는 어느 영국인관리의 얘기에 의하면 줄잡아도 5만 명은 되리라고 한다.
말하자면 67년 홍위병 탄압이 시작된 이래 해마다 1만 명의 반갑잖은 「사상가」들이 「홍콩」쪽으로 넘어온 셈. 웬만한 자리에 들어가려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중공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제국주의 국가의 말」을 알 리가 만무.
게다가 같은 중국사랍들끼리도 홍위병이 쓰는 관화(북경표준말)와 「홍콩」토박이들이 쓰는 광동어는 전혀 딴판이어서 손짓 발짓 안 섞고는 얘기가 안 통한다.
이래저래 먹고 살길이 막연해지자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장 손쉬운 생활방법, 도둑질이나 강도질의 「통일전선」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비록 자본주의사회의 비정한 환경과 「목구멍이 포도청」인 때문이라 하지만 한때 중공천하를 주름잡던 「혁명의 별」들로서는 실로 기가 찰 노릇.
이들은 가끔 공격대상을 잘못 골라서 「어제의 동지」를 털기도 한다. 상해에서 여자홍위병으로 한때 용명을 떨쳤다는 「쳉·친·웨이」양(21)은 『어젯밤 내 지갑을 강탈한 사람들도 바로 홍위병 출신이었을 것』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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