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돈을 벌려면 먼저 모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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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돈을 모으려면 먼저 만족을 위한 사용, 즉 소비지출을 합리적으로 해야한다. 어떤 잡지에 이런 글이 있었다. 『①하루를 즐기려면 애인을 사귀라. ②1주일을 즐기려면 이발소(여자는 미장원)에 가라. ③1개월을 즐기려면 좋아하는 말(마)을사라. ④일평생을 즐기려면 결혼을 하라-.』 이 글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나 한번의 만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를 풍자한 것 같다. ①한때의 감정 ②신체의 개운함 ③취미의 성취 ④일생의 목적 등의 순서에 따라 나열한 것이다. 나는 과거 대학강의를 할 때 어려운 가격론을 이런 비유로 풀어 주었다. 『남자들은 시장에 가면 꼭 필요한 물건만 사는데 여자들은 그 보다도 값이 싸면 사는 경향이 있다.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냐』하고 질문을 한다. 얼핏보면 값이 쌀 때 사는 사람이 합리적인 것 같으나 목적에 의해 지출하는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당장의 필요보다 값에 의해 좌우되는 상품은 대개 사치품이고 값보다 목적에 좌우되는 상품은 필수품인 것이다.

<수입보다 지출 적게>
「막스·베버」의 이야기를 빌면 서구사회의 최초의 저축은 기독교인들에 의해 행해졌는데 그들은 평생을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신의 섭리라고 믿었고, 철저한 금욕주의에 의해 근면과 절약을 생활신조로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부지런히 일해서 한푼이라도 더 벌고, 이를 아껴 써서 저축을 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최초의 돈을 모으는데는 이 방법밖에 정당한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최초에 돈을 어느 정도 모아야 돈벌이를 위한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71년도의 서울 근로자 가구의 월 평균수입은 4만4천4백원이고 전도시의 그것은 3만3천3백40원이다. 이중에서도 가구주의 수입은 서울이 3만2천4백40원이고 전 도시는 2만6천6백40원이다.
이 돈으로 평균 5.1명 꼴의 가구가 생활을 해야한다. 3만원 안팎의 돈으로 쌀값·연료대·방세(재산세)·전기세를 내고 김장때는 김장값을, 등록기에는 교육비를 내야 한다. 매일같이 돈을 써야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다방에서 차를 마시면 한잔에 50원, 두 잔이면 1백원, 넉 잔이면 2백원인데 이를 서로 다투어 내려고 한다.
인심이 좋은 것이라고 칭찬 할 수 있을까. 우리보다 20배 이상 잘 사는 미국 사람들은 차 값을 각기 따로 계산한다고 한다. 인심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지출일 때는 허세가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빌어서 투자는 위험>
투자할 기회가 왔는데 돈이 없으면 투자할 수 없다. 금년에 증권의 투자수익이 얼마나 좋았는가 소개하면 처음 금리인하 직전인 1월15일에 비해 11월15일에는 은행주가 2.3배, 동아제약 우선주는 4.4배, 대한전선 우선주가 3배, 가장 흔한 한국전력주도 2.4배나 뛰었다. 이런 것을 1월에 샀으면 불과 10개월만에 적어도 2배 내지 4배의 수익이 생겼을 것이다.
이 기회를 이용 못했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회를 몰랐거나, 알아도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한 것이다.
물론 얼마의 수익이 생긴다는 것이 확실하면 남의 돈을 빌어서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투자에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불확실성이 따르므로 이자를 물며 남의 돈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남의 돈을 빌기를 좋아하던 기업도 부실기업으로 넘어간 예가 많은데 더우기 개인의 투자에는 빈 돈을 이용하기는 어렵다.
빈 것은 자기의 것이 아니므로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것이라면 잃어버리면 액운으로 삼고 잊을 수도 있으나 남의 것은 갚아야 하기 때문에 확실성이 없는 투자에 이용하기 어렵다. 구약성서의 열왕기에 지금으로 말하면 교육자 양성소를 짓기 위해 재목을 베는 작업장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도끼가 없어 빌어다가 재목을 찍다가 도끼가 빠져나가 강물에 빠졌는데 그것을 선지자의 힘을 빌어 되찾은 이야기인데 지금도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셈을 바르게 해야>
우리는 숫자가 골치 아프기 때문인지 웬만한 숫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차 한잔은 그만 두더라도 가계부를 적으며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는 과정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투자의 과실을 계산하는 데에도 과장된 숫자를 따지지 않고 속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붐」이 있을 때 땅값이 얼마라고 계산하여 그것이 현금인 것처럼 착각하였으나 땅을 처분하고 세금을 낸 후에 실제 남는 돈은 생각보다 적어지는 것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살 때는 값이 오르지만 처분할 때는 값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심지어는 채권의 이율계산도 복리라고 해서 과장시켜 발표되고 있다. 기본 할인율이 연12.2%인 채권의 과실을 2년간 다시 투자하면 연14.86%가 되고 할인율 연12.4%인 3년 후 상환 채권은 같은 이유로 연16.25%가 된다는 것이다. 기본 이율을 아무리 순간 순간으로 나누어 이자를 주더라도 무한소의 이자를 무한대의 지급회수로 제곱하여 복리계산을 하더라도 결국 기본이율보다 약간 높은 어느 수준에 접근되고 마는 것이 수학의 원리이다.
이것을 기한을 2년, 3년으로 늘려 1년 이율이 얼마라고 무리하게 계산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는 모두 셈에 밝아야하며 이상적 수자 또는 이론적 수자가 곧 현실적 수자가 아닐 경우도 있음을 배워야 하겠다. 백만섬의 쌀도 한 알의 쌀이 모인 것이다. 적은 숫자라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알림>
본 난은 저자의 상담에 응하기로 했읍니다. 주부들이 하시고 싶은 부업, 또는 적은 돈의 투자 선택에 관해 자문을 원하시는 분은 우편엽서에 간단한 내용을 요약해서 중앙일보 경제부(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동 58의9 우편번호120) 「돈벌이 주부교실」 담당자 앞으로 보내시면 필자가 내용을 검토한 후 답해 드리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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