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화 5백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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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4일 개막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회화 5백년전』은 우리나라 회화사의 주류를 이루는 명화 2백점을 한 자리에 못아 놓은 특별전으로, 여기에는 국립박물관 소장품은 물론, 국내 유수의 개인소장가 20여명의 출품이 포함돼 있어 우리 나라 미술전사상 유례없는 성사라 할 수 있다.
한국의 회화미술은 상고시대 때부터 일찌기 일본에까지 건너가 그곳에서는 그 찬란한 광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보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본고장인 이 땅에 현존하는 유품이란 몇몇 고분벽화에서 그 편모를 볼 수 있을 뿐이며 그 뒷것으로는 고종 때의 첫 몇 점이 남아있는데 불과하다. 좀 더 가까이 조선시대의 회화작품은 국내외를 봉해 아직도 수만점이 잔존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그 중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1만여 점은 이미 일본과 구미각국으로 일산되어 국내에서는 오히려 보기 드물 정도라는 사실도 다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국내에 현존하는 회화작품들 가운데서도 제대로 체계적인 정리가 돼 있는 것은 극소수의 예외에 속한다. 근년에 『한국 회화사』가 간행된 바 있지만, 그 저자자신 조차실제 작품을 검토하고 소재를 확인하는데 적잖은 곤란이 있었음을 실토하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 말미암아 우리의 회화사를 완벽하게 엮는 작업은 큰 난관에 부닥쳐 있고, 또 보다 훌륭한 문화유산의 발굴이 지연되고 있음은 문화민족의 후손으로서 심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도 국가기관이나 공공박물관·미술관등이 수장한 고화는 전국을 통틀어 7천 점을 넘지 못하며, 그중 국립박물관 소강의 것이 5천여점이다.
따라서 그 밖의 것이 모두 독지가인 개인 소장가에 의하여 비장되고 있는데, 이것들이 이번 일반에게 공개되고 연구인에게 자료로서 제공된 것은 비단 미술애호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매우 희귀한 기의라 하겠다.
지금까지는 좀처럼 그런 기회를 마련할 미술관이나 화랑이 따로 없었고, 박물관에서조차 그동안 대대적인 초대전을 갖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이번 국립박물관이 조선조시대 전반에 걸쳐 처음으로 대표적인 작품을 총 망라해서 전시하고, 나아가 사계권위로 구성된 선정위로 하여금 엄선을 거치게 한 것은 하나의 획기적인 문화사적 의의를 갖도록 해도 지나침이 없다. 즉 이런 기회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미술사를 직접 정리하고 또한 계통적으로 감상하는 발만이 될뿐더러 개인소강 작품도 이러한 계통적 미술사적 정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8월 새 건물로의 이전을 기념하는 첫 개관 전에 이어 이것이 두번째의 특별전이 되는데, 이런 기획전을 계속 마련하여 박물관 본연의 임무와 활동을 되찾아야 하리라고 믿는다. 오늘날 박물관은 과거와 같은 유물보존창고의 구실에 그쳐서는 그 존재의 의의를 주장하지 못 하게 된 것이 오늘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처럼 동양유수의 규모를 갖추게 된 우리 박물관들은 앞으로 민족문화 유산의 가치를 더욱 능동적으로 선양하고 모든 국민에게 대해서 광범한 사회교육을 펴는 일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의하여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인 배려로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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