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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주부 시대 (1) 이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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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편집자 주>한국은행이 발행한 돈이 2천억원을 넘어섰다.
이 많은 돈이 자기 주머니에 없으면 「그림의 떡」. 해서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자기에게 흘러들어 오게 하는 방법에 혈안이 돼 있다.
특히 가계를 맡고 있는 주부들이 적은 돈으로도 돈을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슴 부푼 얘기며 기대가 크겠는가?
돈을 벌고 싶은 주부들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했다.
필자 이만기씨는 한국 투자 개발 공사 부총재. 이 공사는 증권 투자 등 일반과 기업을 망라하여 돈을 버는 방법과 알선을 해주는 기관이다.
이 부총재는 서울 상대를 졸업, 관계·학계·금융계를 거치면서 지금은 돈을 버는 방법에 열중하고 그 방면의 정보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돈 버는 묘안과 좋은 정보에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시리즈」는 매주 1회씩 싣는다.
적을 공격하려면 적을 알아야 하며 출세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돈을 벌려면 돈을 알아야 한다.
물론 누구나 돈이 귀한 것쯤은 알고 있다. 문호 「셰익스피어」 (W.Shake-speare)도 『돈을 앞세우면 만사가 형통한다』고 하였듯이 돈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러나 돈의 성질·기능 등을 생각하면 돈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사실상 돈을 많이 벌고 모은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돈의 성질을 잘 이용했으며 돈에 대한 철학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돈을 알자. 돈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나는 『돈은 역시 돈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돈과 인격, 돈과 물질 등 여러 가지를 관련시키고 제나름의 돈의 철학을 만든다. 그러나 돈은 인격과 물질관 엄연히 별개의 것이다. 돈이 있으면 물질을 얻을 수 있으므로 때로는 돈을 위해 인격을 팔듯이 모두 관련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돈은 역시 돈인 것이다.
인격자가 되기 위해 돈을 천히 여겨도 안되며, 모든 물질을 얻을 수 있다고 돈을 우상으로 섬길 필요도 없다. 돈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생활 수단일 뿐인 것이다.
인간 생활의 발전의 계기를 여러 가지로 들 수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분업적 사회를 만든 것과 유무 상통하는 신용 사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있기에 오늘날 인류문명이 이 같이 발전할 것이다.
물론 돈 없는 원시 사회에서도 그런 대로 물물교환이 이루어졌고 점차 물물교환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물자, 즉 그 사회에서 제일 귀중한 물자가 돈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회에서는 소금 또는 쌀이나 말 등 여러 가지 예를 들 수 있는데 그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의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최초의 돈은 삼국지 동이전에 보면 삼국시대 이전의 진한에서 철화를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는 기원전 2천년의 요순시대에 금·은·동의 금속 화폐가 있었고 「유럽」에서는 기원전 7세기에 「리디아」 (Lydia)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남양의 「야프」(Yap) 섬에서는 「페이」 라는 일종의 돌 화폐 (석 화폐)가 사용되고 있다.
어쨌든 돈의 시초가 그 사회에서 가장 귀한 것이었듯이 지금도 돈은 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다만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가 돈에 대해 법으로 정하고, 일정한 질서에 따라 돈을 유통시키고 있으므로, 돈은 사회 질서 속에서 그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러한 돈에 대해 돈이 무엇이냐, 또는 돈의 본질은 어떠한 것이냐에 대해 경제학에서 설명된 학설은 많다. 흔히 말하기를 경제 학자는 돈을 잘 벌지 못한다고 하는데 아마 돈의 지식과 돈을 버는 것이 때로는 일치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데 필요한 지식은 돈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추상적인 지식보다는 돈의 기능이 어떠한가 하는 실질적인 지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질적인 것, 즉 돈의 기능을 생각해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돈의 기능. 돈의 위력은 구매력이다. 경제학자들도 이를 일반적 구매력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도 이 구매력 때문이다. 본래는 일반적 재화, 즉 물질에 대한 구매력을 갖는 것인데 심지어는 가짜 박사 소동과 같이 명예와 인격까지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돈은 또한 모든 물질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한다. 심지어 사람의 가치도 그가 벌 수 있는 돈의 수량으로 인정해 준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나라의 가치, 즉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하는 것도 1인당 소득이 몇 「달러」 인가를 기준으로, 즉 돈의 수량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돈의 기능 중에 중요한 것은 신용의 수단이 되며 가치를 증식시키는 기능이다. 돈은 필요한 사람에게 융통을 해줄 수 있고, 돈을 저축하여 잘 사용하면 돈을 더 증식시키는 기능이 있다.
말하자면 돈을 잘 굴리면 눈사람처럼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인데 우리가 주로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은 이 기능이다.
경제학에서는 돈의 이런 기능을 종합하여 ⓛ교환의 매개 ②가치 척도의 기능 ③지급 수단 ④저장 수단 ⑤가치 증식의 수단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돈을 모은 경험이 없고 따라서 이러한 돈의 문제를 해답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경제학과 금융 이론을 공부했고 더우기 금융 및 투자 기관에서 오래 몸담다 보니 기관의 돈을 운영도 해보고 돈의 문제를 다소 체험도 하게 되었기에 감히 신문사의 집필 요청을 수락한 것이다.
◇필자 약력 (32년생·충남산)
▲57년 서울대 상대 졸 ▲60년 동 대학원 졸 ▲59년 고시 행정과 2부 합격 ▲60년 재무부 사무관 ▲61년 경제기획원 과장 대우 ▲62년 한일은행 부장 대우 ▲60년 서울대 상대 강사 ▲68년 투자 개발 공사 이사 ▲70년 동 부총재 ▲저서=한국 경제론·화폐 금융론· 경제원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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