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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다시 보자, 검은 대륙" … 옛 식민지 내전 해결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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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프랑스군이 7일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 이슬람 반군이 지난 3월 프랑수아 보지제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무슬림과 기독교계 주민 간 유혈충돌이 지속되고 있다. [방기 로이터=뉴스1]

지구상 남은 마지막 유망 시장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에 프랑스가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광대한 아프리카 식민지를 거느렸던 프랑스가 잃어버렸던 영향력을 회복하고 이를 다시 본국 경제 회복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군사개입에 적극적이 됐다. 세계 경찰을 자처해온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피로와 경제위기에 발목이 잡혀 주춤하는 사이 아프리카를 앞마당으로 여기는 프랑스가 다시 주도권을 잡는 양상이다.

 프랑스는 말리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병력을 파견했다.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져 수백 명이 숨진 중앙아프리카의 치안 유지가 명목이다. 프랑스는 올 초 말리에서 급진 이슬람무장세력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었다. 두 나라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로 모두 1960년 독립했다.

올랑드 “1600명 파병, 이슬람 반군 저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아프리카 40개국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프랑스군은 갱단처럼 행동하는 모든 세력의 무장을 해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올랑드는 이를 위해 중앙아프리카에 프랑스군 1600명을 파병할 것을 약속하고, “안정을 회복한 후 적절한 시기에 자유민주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수도 방기의 공항은 이미 프랑스군이 치안을 맡고 있다. 프랑스의 신속한 개입으로 무슬림(이슬람교도) 셀레카 반군의 무장세력은 이미 방기를 떠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슬람 반군은 지난 3월 말 방기를 점령하고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쫓아냈다. 무슬림은 인구의 10%(40만 명)인 소수다.

 중앙아프리카는 내륙국가로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말리와 함께 여전히 최빈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안이 지속되면 말리에서처럼 주변의 테러리스트와 급진세력이 들어올 수 있다. 이는 다시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앙아프리카·세네갈 등 아프리카 8개국과 군사협력 협정을 맺고 있는 프랑스는 앞으로 5년에 걸쳐 매년 2만 명의 아프리카 군인을 훈련하고 장비와 군수물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군사개입 측면에선 적어도 아프리카에서만큼은 미국이나 중국 등 경쟁국들을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제거를 위한 군사작전에서도 미국이 후방 지원에 그친 반면 프랑스는 영국과 함께 적극 개입했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교역과 원조 확대 등을 통한 경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향후 5년 동안 아프리카 원조와 무역 규모를 2배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에도 일자리 20만 개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초 말리 개입 성공 … 영향력 확대 나서

 아프리카는 세계 최후의 유망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 시장만 해도 현재는 세계 시장의 2%인 174만 대의 시장에 불과하지만 급속한 인구 증가로 5년 뒤에는 300만 대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는 미국과 중국·인도·한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진출해 남아프리카공화국만 해도 60개 이상의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날로 쇠퇴해왔다.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 저하 등으로 최대교역국 자리는 중국에 빼앗긴 지 오래다. 프랑스는 인도·미국·독일에도 뒤진 5위에 불과하다.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 프랑스 제품의 무역 비중은 2000년 10.1%에서 2011년에는 4.7%로 급락했다.

 영국과 함께 아프리카의 절반을 식민지로 나누었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자원과 새 시장에 목말라 있는 중국이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 각지에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해주면서 입지를 키워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군사적으로 아프리카에 소극적인 미국도 경제적으로는 공세를 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아프리카 방문에서 160억 달러를 투자하는 ‘파워 아프리카’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중앙아프리카에서의 프랑스군의 임무는 또 다른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파리의 싱크탱크 전략연구소 소장 카미유 그랑드는 “말리의 교훈은 프랑스군이 아주 유용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경협도 강화 … 중국에 빼앗긴 시장 되찾기

 프랑스는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불어 사용자만 1억이 넘는다. 프랑스로 들어오는 이민자 10명 중 4명은 아프리카 출신이다. 강력한 소프트파워(문화·브랜드 등 국가의 이미지)는 매력적인 무기임에 틀림없다. 최대 라이벌 중국은 군사개입에 한계가 있다. 하드파워(군사력)까지 갖춘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다시 예전의 경제적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경환 선임기자,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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