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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저격수' 뇌졸중 … 발병 3시간 내 치료해야 후유증 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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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초’의 시간이 생사를 결정짓는 질환이 있다. 암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2위로 꼽히는 뇌졸중이다.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발생한다. 암이 ‘장거리 달리기’라면 뇌졸중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단거리 달리기’와 같다.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에 이르거나 반신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얻는다. 겨울이면 더욱 활발해지는 ‘소리 없는 저격수’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자영업자 김영식(56·가명)씨는 1년 전 자신의 무심함이 아직까지 후회된다. 지난해 겨울, 집에 혼자 있던 김씨는 갑자기 오른쪽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몸이 피로한 탓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그는 두통약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져 결국 쓰러졌고, 3시간 뒤에야 집에 온 부인의 신고로 병원에 이송됐다. 뇌졸중 전조증상을 알아채지 못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김씨는 후유증으로 반신마비가 나타나 현재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뇌졸중은 시간을 다투는 질환이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발병 후 최소 5시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기회의 90%를 상실한다”고 정의한다. 뇌혈관이 막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1분당 190만개의 뇌세포가 죽기 때문이다. 한번 죽은 뇌세포는 되살릴 수 없다. 분당서울대병원 경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배희준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생명은 시간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망을 피해도 반신마비·보행장애·인지장애·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 발병 후 3개월 내 장애가 나타나는 비율은 40%에 이른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로 구분된다. 서구화된 식습관, 심장질환의 증가로 뇌경색의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뇌졸중의 76%를 뇌경색이 차지한다.

병원 도착 시간 빠를수록 회복 가능성 커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배희준 교수는 “심한 두통·언어장애·편측마비·시각장애·어지럼증이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넘어졌거나 머리를 부딪치는 등의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몇 분 후 저절로 사라진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뇌졸중의 전단계인 ‘일과성 뇌허혈증’일 확률이 높아서다.

뇌졸중 발생 시 적절한 대처법은 단 하나뿐이다.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다. 혈전용해제로 막힌 혈관 속 혈전을 녹이거나 출혈 부위를 수술한다. 학계에서는 뇌졸중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를 ‘골든타임’이라고 부른다. 골든타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에 가까운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골든타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발병 후 병원까지 도착시간이 2008년 189분에서 2010년 243분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골든타임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배 교수는 “발병 후 50분 만에 병원에 왔는데 뇌조직이 이미 다 손상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2~3시간 만에 왔는데 멀쩡한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대기·검사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발병 1시간 내에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회복 가능성은 커진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따르면, 뇌졸중 발병 후 4시간40분, 3시간, 1시간30분 만에 치료를 받은 사람은 3개월 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확률이 각각 1.4배, 1.5배, 2.8배로 증가했다.

가까운 뇌졸중전문치료시설 미리 알아둬야

뇌졸중 발병 시 시간만큼 ‘어디’로 가는지도 중요하다. 배 교수는 “혈관재개통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도 있다”며 “무턱대고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가 치료가 안돼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급적 신경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뇌졸중전문치료실을 갖춘 병원을 골라야 한다.

배 교수는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뇌졸중전문치료실을 인증받은 병원이 전국 35여 곳 있다”며 “뇌졸중 고위험군은 집에서 가까운 전문병원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뇌졸중을 경험했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 급성심근경색·고혈압·당뇨·고지혈증·동맥경화 환자, 비만이거나 흡연자, 65세 이상 고령자는 뇌졸중 고위험군에 속한다.

글=오경아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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