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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동화의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혼이나 여성해방운동,「베트남」전 같은 오늘의「놀라운 현실」들이 조금씩 동화 속으로 끼여들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여태까지 살아왔던 동화의 세계로는 오늘을 살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들을 자연스럽게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현상들은 어린이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 놀랍고도 신기한 것들이다. ·
「크리스마스」전날 밤「미아」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이혼을 했단다』고 어머니가 말했다.「미아」는 영문을 모른 채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니는 새 아버지 될 분을 모셔 와서 소개했다.
『「미아」야. 이혼이라는 것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어머니는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결국 친구도 가끔 바꿀 수 있다는 것처럼「미아」 는 이혼이라는 뜻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위의 이야기는「스웨덴」에서 요 근래 나온 6세 어린이들을 위한 새 동화 중의 한 장면이다.「안데르센」이나「그림」의 이야기 대신 이혼이나「알콜」중독, 전쟁과 같은 놀라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세계의 어린이들은 이미 이러한 사회적 현실과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베트남」의 어린 소녀의 모험을 그린 책도 있다. 어깨에 총을 메고 남동생을 이끌고 학교에 간다는 이야기. 전투와 폭격 속에 피난민으로 가득 찬 마을, 길의 풍경도 나온다.
이렇게「스웨덴」의 새 동화들은 어쩌면 정치적인 목적까지도 숨기지 않고「스웨덴」다운 사상과 자세로 어린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프랑스」의 경우,『「아쉬발드」와 공기상자』 『「아쉬발드」와「펭귄」』의 두 동화책이「스웨덴」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사빈·가에」와「제럴·메스니」의 공저로 된 이 책은 사람들에게 공기상자를 판다는 구실로「비즈니스맨」이 된 작은 원숭이가 경제분야에서 재주를 부린다는 이야기다.
해학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마키팅」 이나 상거래 같은 신기한 단어의 품은 뜻을 설명하며 업무담당자의 역할도 지적해 주는 것이다.『광고라는 말이 무엇입니까』하고「아쉬발드」가 물으면『그것은 상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라고 유식한 새가 대답한다.
『나는 내 아들아이의 물음에 대답해 주다가 이 책들을 쓰게 됐다』고 저자「사빈」씨는 말한다.
「아네트· 티종」과「탈뤼·테일러」가 쓴『「바르바파파」의 집』 은 점점 모습이 달라지는 이상한 짐승에 관한 얘기다.
빽빽하게 들어선 집과 사람들 속에서「바르바파파」동물가족은 커다란 혼잡 속에 갇힌 죄수 같다고 느껴 도망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4살 짜리 어린이들에게도 사람이 살아 가면서의 급격한 변화를 넌지시 일러주어 현실에 눈을 뜨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린이들의 영원한 환상의 세계는 여전하다.『어린이들은 언제나「요술쟁이 붉은 모자」이야기를 무서우면서도 즐기고 있다』고 한 어린이도서관 직원은 말한다.
『현대의 생활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환상의 이야기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신기한 것, 환상의 것을 찾는 이유는 바로 어린이들 자신이 정신적인 해방과 성장을 위한 마음의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아동문학론」의 저자「이자벨·장」씨는 말한다.

<불「렉스프레스」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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