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서 연기…2000여명 대피 2호선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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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일에도 서울지하철 전동차 제동장치 이상으로 출근길 승객 2천여명이 열차를 옮겨타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서울에서만 여섯번째 사고다.

이날 오전 7시19분쯤 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역을 출발해 신대방역으로 달리던 2053호(기관사 황일상) 전동차의 6호 객차 바퀴에서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발생했다.

기관사 황씨는 오전 7시21분 신대방역에 도착하자마자 승객들에게 "열차에 사고가 났으니 하차해달라"며 안내방송해 승객 2천여명을 대피시킨 뒤 오전 7시22분쯤 전동차를 서울대 입구역으로 이동시켰다.

기관사 황씨는 사고 직후 종합사령실로 상황을 보고, 뒤따르던 2055호 열차와의 간격을 조절해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출근길 승객들은 열차를 옮겨타느라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신대방역에서는 2055호 전동차가 도착하기까지 2053호 열차의 사고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나 서울지하철의 안전 불감증이 우려되고 있다.

당시 CCTV가 설치된 신대방역 역무실에서는 직원 4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종합사령실에서 연락을 받고 2053호가 출발한 뒤에야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직원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철공사측은 사고 전동차 제동장치가 운행 중인데도 바퀴에서 떨어지지 않아 마찰열로 녹으면서 타는 냄새와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지하철노조측은 "최근 들어 열차가 출발했는데도 제동장치가 바퀴에서 떨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아 안전운행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지하철 1~4호선 운행 중단 원인 중 절반 가량이 제동장치 이상 등 차량 고장 때문이었다.

지하철공사 노조 이명원 지축 검수지회장은 "바퀴 주변에 붙어있는 윤활유와 먼지에 마찰열이 가해지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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