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인사들의 신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각자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진실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법 조회 과정에 연루된 국장급 인사 세 명의 출신과 배경, 개인적 인연 등이 확인되면서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 관련자들의 진술로 드러난 불법 정보 조회 라인에는 조이제(53)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조오영(54)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김장주(49·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 안전행정부 국장이 들어 있다. 조 행정관이 부탁해 조 국장이 정보를 조회해 알려준 사실은 확인됐다. 또 조 행정관은 김 국장을 정보 요청자로 지목했으나 김 국장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등장한 세 명의 공통점은 모두 ‘TK(대구·경북)’ 인사라는 점이다. 조 국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때 잘나가던, 이른바 ‘영포라인’에 속해 있다. 조 행정관은 경북 안동이고, 경북 영천에 포항고를 나온 김 국장 역시 영포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서울시 또는 경북도청 출신의 행정 공무원이라는 점도 같다. 조 국장은 서울시 6급 주사로 지내다 원세훈(62) 당시 서울시 부시장이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국정원에 파견됐다. 사건 초기 조 국장이 국정원 측의 부탁을 받고 채 전 총장 비위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이유다. 그러나 조 국장은 검찰 조사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원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조 행정관을 조회 요청자라고 공개했고 책임 소재가 급격하게 청와대로 넘어갔다.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는 서울시청 출신 청와대 공무원 모임에서 1년에 네 차례 정도 만난 사이라고 한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에 관여했고 MB 정부 초기 청와대에 들어가 지난해 4월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켜 ‘청와대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이재만(47)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라서 채 전 총장 비위 파악에 비선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직속 상관인 이 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개인 정보 조회를 요청했겠느냐는 의심을 받았다. 청와대가 4일 이례적으로 “김장주 국장이 조 행정관에게 조회를 요청했고 이런 행위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은 배경이다.
새롭게 조회 요청자로 지목된 김 국장도 혐의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인척 관계다. 경북도청 부이사관으로 일하다 2010년 안행부로 자리를 옮겼다. 김 국장은 당시 안행부 장관이던 원 전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 모신 적은 없다.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고 했다. 특히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지난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돼 선임행정관으로 올 3월까지 일했다. 3월은 취임을 앞둔 채 전 총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한창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김 국장이 채 전 총장에 대한 혼외아들 의혹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자연스럽게 곽상도 당시 민정수색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몰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 9월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부인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김 국장은 행정고시 출신이고 개인정보 조회 등 절차에 대해 3명 중 가장 전문가”라며 “왜 문외한인 청와대 행정관에게 조회를 요청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행정관이든 김 국장이든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칼은 검찰이 쥐고 있다. 누구든 거짓말을 하는 건 배후를 숨기기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개인정보가 필요했던 ‘최종 지시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4일 조 행정관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5일 김 국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한 휴대전화 통신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진실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는 간단하다”며 “조 행정관이 조회 요청자로 김 국장을 지목한 만큼 그를 조사하고 그가 또 누군가를 대면 캐묻는 과정을 밟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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