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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누구? 채군 정보 유출 관련자들 '폭탄 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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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한 인사들의 신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각자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진실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법 조회 과정에 연루된 국장급 인사 세 명의 출신과 배경, 개인적 인연 등이 확인되면서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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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지금까지 관련자들의 진술로 드러난 불법 정보 조회 라인에는 조이제(53)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 조오영(54)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김장주(49·중앙공무원교육원 기획부장) 안전행정부 국장이 들어 있다. 조 행정관이 부탁해 조 국장이 정보를 조회해 알려준 사실은 확인됐다. 또 조 행정관은 김 국장을 정보 요청자로 지목했으나 김 국장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등장한 세 명의 공통점은 모두 ‘TK(대구·경북)’ 인사라는 점이다. 조 국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때 잘나가던, 이른바 ‘영포라인’에 속해 있다. 조 행정관은 경북 안동이고, 경북 영천에 포항고를 나온 김 국장 역시 영포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서울시 또는 경북도청 출신의 행정 공무원이라는 점도 같다. 조 국장은 서울시 6급 주사로 지내다 원세훈(62) 당시 서울시 부시장이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국정원에 파견됐다. 사건 초기 조 국장이 국정원 측의 부탁을 받고 채 전 총장 비위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이유다. 그러나 조 국장은 검찰 조사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정원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조 행정관을 조회 요청자라고 공개했고 책임 소재가 급격하게 청와대로 넘어갔다.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는 서울시청 출신 청와대 공무원 모임에서 1년에 네 차례 정도 만난 사이라고 한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에 관여했고 MB 정부 초기 청와대에 들어가 지난해 4월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켜 ‘청와대 라인’으로 분류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는 이재만(47) 총무비서관실 소속이라서 채 전 총장 비위 파악에 비선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직속 상관인 이 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개인 정보 조회를 요청했겠느냐는 의심을 받았다. 청와대가 4일 이례적으로 “김장주 국장이 조 행정관에게 조회를 요청했고 이런 행위는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은 배경이다.

 새롭게 조회 요청자로 지목된 김 국장도 혐의를 부인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인척 관계다. 경북도청 부이사관으로 일하다 2010년 안행부로 자리를 옮겼다. 김 국장은 당시 안행부 장관이던 원 전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직접 모신 적은 없다.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다”고 했다. 특히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 말기인 지난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돼 선임행정관으로 올 3월까지 일했다. 3월은 취임을 앞둔 채 전 총장에 대한 인사검증이 한창이던 시기다.

이 때문에 김 국장이 채 전 총장에 대한 혼외아들 의혹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자연스럽게 곽상도 당시 민정수색과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몰랐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 9월 언론 보도가 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며 부인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김 국장은 행정고시 출신이고 개인정보 조회 등 절차에 대해 3명 중 가장 전문가”라며 “왜 문외한인 청와대 행정관에게 조회를 요청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행정관이든 김 국장이든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칼은 검찰이 쥐고 있다. 누구든 거짓말을 하는 건 배후를 숨기기 위해서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의 개인정보가 필요했던 ‘최종 지시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4일 조 행정관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5일 김 국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한 휴대전화 통신 내역 분석 등을 통해 진실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수사는 간단하다”며 “조 행정관이 조회 요청자로 김 국장을 지목한 만큼 그를 조사하고 그가 또 누군가를 대면 캐묻는 과정을 밟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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