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불] "불길 잡혔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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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이 번지고 있는 산기슭에서 한 농가의 주인 잃은 송아지들이 위태롭게 서 있다. 강원일보 제공

"불길이 다시 번질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경고라도 해주었더라면…." 양양군 강현면 정암마을 주민들은 행정 당국이 산불 진화 소식을 너무 성급히 판단했다고 성토했다.

이 마을은 3면이 200여m 높이 구릉으로 둘러싸여 이날 오후 불바다에 휩싸였고 70여 가구 중 10가구가 모두 불에 탔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쯤만 해도 불길이 90% 이상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민들은 논밭에 나가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2시 이후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바람에 날아온 불씨가 마을 곳곳의 가옥으로 옮겨 붙었다.

마을 이장은 "불이 다시 번졌다. 대피하라"고 긴급한 목소리로 방송을 했다. 주민들은 지붕에 물을 뿌리며 진화하려 했지만 불길을 잡지 못하고 피해야 했다. 자칫하면 인명 피해가 생길 뻔한 상황이었다.

집이 완전히 불탄 한 주민은 "잔불이 남았는데도 불길이 잡혔다고 알려져 옷가지 하나 건지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특히 이 지역에 출동했던 삼척소방서 소방관들은 불길이 잡혔다는 소식에 철수했다가 다시 화재진압을 위해 마을로 되돌아오는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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