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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회 불참의 변|이세규(신민당소속 국회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늘의 신민당 형편을 볼 때 국민에게 민망스럽고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다.
나는 오랫동안 군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지만 파벌싸움이 이렇게 치열하고 추잡한 줄은 미처 몰랐다.
신민당을 오늘 이 꼴로 만든 이른바 파벌의 「보스」라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기 싫다.
26일과 27일의 전당대회는 똑같이 파쟁의 산물이다. 양쪽이 모두 「더티·플레이」만 연출했다.
원만한 전당대회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당연히 참석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파쟁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치러지는 대회에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더러운 파벌싸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 양쪽대회에 모두 참석치 않았던 것이다.
나는 유진산씨를 만나면 당수에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를, 김대중씨에게는 파벌의식을 버리라고 말하고싶었다. 김 당수에게도 당수에 나서지 말라고 했었다.
그동안 유씨와 김씨측에서 몇 차례 전당대회에 출석해달라는 전화도 걸려왔으나 받지도 않았고 만나자는 얘기도 전해왔지만 일체 거절했다.
설 땅을 잃어버린 나는 서글프다. 정치사회가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어느 한 구석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군복을 벗고 신민당에 들어온 것은 정보정치와 부정부패를 제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해서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했던 것이지, 더러운 파문싸움을 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끄러워 어디 가서 신민당이란 소리를 하겠는가.
양쪽이 함께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고 대오각성하여 각자 책임을 져야한다.
정당이 어느 한 파벌의 「보스」를 위한 것인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렸으니 지금이라도 서로 극적인 조치를 취해 수습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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