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인재 영남 폭우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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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 14일 이틀동안에 영남 지방 일대를 휩쓴 폭우는 1백36명의 사망자를 내고 25명의 실종자를 내는 등 총 1백61명의 인명 피해를 내고 약 8억원의 재산 피해를 내었다. 그 중에서도 부산에서는 폐지된 구덕 수원지의 둑이 무너져 66명이 몰사하는 등 일대 참사를 빚었다.
앞서 서울시에서 집중 폭우로 많은 가옥들이 침수되었을 때에는 온「매스컴」이 이를 보도하였기 때문에 의연 금품이 많이 들어왔으나 이번 비는 최고 4백50mm를 넘고 사상자도 상당히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적십자 회담의 보도 때문에 상보가 밀려나 구호 대책도 아직 소홀한 것 같이 보인다.
부산시는 14일 하오부터 철야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고 군 병력과 동아대학생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해 복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5일 하오에 김 내무로부터 수해 상황에 관한 보고를 듣고 『피해 지역 내 모든 군·관·민의 유기적 관련성 밑에 일치 단결하여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모든 행정력을 지체없이 피해 복구 작업을 지원하는데 집중, 최선을 다하도록』지시하고, 5천만원의 자금을 긴급 방출하여 노임으로 살포하도록 지시했다고 하는바 이는 시의를 얻은 조치라 하겠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남북적십자 회담의 진전에 대하여 지나치게 큰 관심을 가진 나머지 내치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한번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 이번 참사를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 된 구덕 수원지의 둑 도괴는 의심할 바 없이 이번 수해가 인재의 결과임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저수지는 190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70년이나 묵은 둑이다. 이 둑은 여러 곳에 많은 금이 가 있어 주민들이 벌써 5차례나 부산시와 서 구청에 보수를 진정했으나 당국이 이를 무시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참사를 빚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저수지는 용도 폐기가 된 것이요, 그 아래 집단 부락이 생겨서 도괴의 염려가 항상 있었는데에도 이에 대한 긴급 보수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히 직무 태만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 서울에서도 축대가 무너져 많은 사람이 사상했는데도 이를 피안의 화재처럼 구경하고 부산시는 위험 저수지의 보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지방 자치 단체의 기강이 해이되어 있지나 않았나 우려된다. 정부는 이들 지방 자치 단체의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함으로써 만일 시청이나 구청에 위법 사항이 있었다고 한다면 가차 없는 징계를 해야할 것이다.
월성서도 한마을에서 13명이나 떼죽음을 당하고 32km의 도로가 차단되고 수많은 전답이 침수되었다고 한다.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추수할 수 있는 논밭이 침수되어 이들의 생계는 막연할 것이요, 하늘을 원망하고 허탈에 빠져 있을 이재민의 심정은 동정할만한 일이다.
추수 감사절과 같은 의미를 가긴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두고 수마에 울고 있을 농민들에 대한 구호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근방에 비가 오면 전국적으로 의연금이 답지하나, 지방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모르는 척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지방민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기 위하여서도 영남 일대의 수재민 구호에 정부와 전 국민은 일치 단결하여 대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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