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 올려주세요" 못들은 척-현충사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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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에 온지 3일째 맞은 북적 대표단 일행은 14일 상오 10시10분 예정보다 늦게 숙소인 「타워·호텔」을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온양 현충사를 구경했다.
이들은 이범석 수석 대표 등 한적 대표·자문위원들과 함께 「캐딜랙」 5대, 「뉴크라운」 4대, 고속 「버스」 3대 등 12대에 나눠 타고 2대의 경찰 「사이카」의 경호를 받으며 제3한강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상쾌하게 달리며 차창 밖에 전개되는 추색 짙은 전원 풍경을 구경했다.
상오 11시45분에 천안시를, 낮 12시4분에 온양 읍을 지날 때 많은 시민들이 연도에 나와있었지만 침묵으로 일행을 바라보기만 하는 등 13일 본 회담이 준 충격이 어떠했는가를 엿보게 했다.
12시10분 현충사에 도착한 일행 가운데 북적 자문위원 윤기복은 한적 정희경 대표와 함께 아악이 울려 퍼지는 현충사 경내에 들어서면서 안내원이 나눠준 안내 「팸플릿」에 실린 충무공 초상화와 경내 풍경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해방 후부터 북한에서도 동양화를 조선화라고 부른다』고 했다.
윤은 또 『서울에서는 날씨가 흐려서 입던 옷을 그냥 입고 왔는데 여기 와보니 날씨가 좋군-』하며 『어디 마음놓고 이야기하겠느냐. 말하는 그대로 옮겨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 기자가 『말하는 그대로 보도가 되었다』고 대답하자 윤은 화제를 바꾸어 『전형적인 가을 날씨인데-』라고 말하며, 『정말 풍치가 좋군』하고 말했다.
일행은 낮 12시24분 당산 이은상씨와 김연주 한적 교체 수석 대표 안내로 사당 향로 앞에 이르렀다.
안내양 심수강 양 (23) 이 『묵념을 올려 주십시오』라고 말해 이은상씨와 김연주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묵념하고 있는 동안에도 김태희 북적 단장은 전혀 무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또 김 단장 뒤에 서있던 윤기복 역시 「레닌」모와 색안경을 벗지 않은 채 아무런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
안내양이 「마이크」로 『이순신 장군의 생전의 특이한 행적을 그린 10폭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하며 일행을 사당 정문 오른쪽으로 안내했을 때 일행은 조용히 이를 따라가 안내양이 사당 오른쪽 벽 위의 이순신 장군의 어릴 적 그림부터 설명하자 김태희 단장은 옆에 서있던 이은상씨에게 무엇인가 물어보기도 했다.

<거북선 유심히 관찰>
현충사 경내에 들어서면서부터 별로 말을 하지 않은 김태희 북적 단장은 2그루의 은행나무 밑에서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 활을 쏘았던 활터를 구경한 뒤 유물 전시관에 들러 이 충무공의 유품을 관심 있게 관람했다.
북적 대표단 일행은 특히 전시관 안에 있는 거북선 모양과 명조 팔사품·삼도수군관함도와 충무공이 32세 때 과거에 급제하여 받은 교지, 그리고 인조 25년 「충무공」이란 시호를 받을 때의 교지 등을 유심히 관람했다. 북적 대표단 일행은 이날 하오 1시15분 충무공의 유품 관람을 마치고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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