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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비트코인, 안 생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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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비트코인’ 캐기 열풍이 국내에서도 불고 있다.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값이 폭등해 1000달러를 넘어서자 고가의 장비를 동원하거나 비트코인을 함께 캐고 몫을 나누는 두레 형식의 공동 작업에 나서는 일까지 나타나고 있다. 진짜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인지 본지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봤다.

 비트코인을 저장할 지갑부터 마련하는 게 첫 단계다. ‘블랙체인’ 등 외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할 수 있다. 한글도 지원된다. 기자는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에서 지갑을 만들었다. 휴대전화로 본인 인증 후 e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니 가입 완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3일 코빗에서 거래된 1비트코인의 시세는 120만5000원.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직접 채굴해보기로 했다. 채굴 프로그램을 이용해 암호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보유한 노트북(인텔 i5)으로 암호를 풀려면 4∼5년은 걸린다는 게 경험자들의 충고. 비트코인은 채굴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 채굴 원가가 상승하는 구조다. 최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캐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채굴 풀(mining pool)에 가입하기로 했다. 자기 컴퓨터의 계산 성능 일부를 암호 해독 과정에 보태고, 비트코인이 채굴되면 기여한 비율만큼 비트코인을 나누는 모임이다. 초보자들이 많이 한다는 ‘비트민터(www.bitminter.com)’에 가입했다. 가입 후 프로그램을 다운받으니 준비 완료. 자, 진짜 ‘금 캐기’가 시작됐다!

각국 거래소 간 차익 투자 절차 복잡

비트코인 채굴프로그램인 ‘비트민터 클라이언트’ 캡처 화면. 왼쪽 계기판은 채광속도를 나타낸다. 1시간22분 동안 100개의 컴퓨터가 힘을 모으고 있지만 성과는 없다. 오른쪽 하단에 표시된 ‘하루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비트코인 수량’은 0이다.

 하지만 부푼 기대는 반나절 만에 실망으로 바뀌었다. 아침 9시에 시작한 채굴 작업이 저녁 6시가 돼도 아무 성과가 없다. 답답한 마음에 기자는 비트코인 채굴에 경험이 많은 누리꾼들에게 문의했다. “내장 그래픽으로 1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답변은 싸늘했다. “노트북으로 하루 종일 돌려도 1년 이상 걸릴걸요.” 기자는 비트코인에 관심이 많은 고교 동창에게 다시 문의해봤다. 그의 경험담은 이랬다. “보통 데크스톱으로 일주일 돌리면 0.0000005비트코인 정도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돈으로 0.6원 정도다. 전기요금도 안 나온다는 얘기다.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효율은 올라간다. 네티즌들은 주로 5만~7만원 정도인 전용 USB를 이용한다. 하지만 USB형 채굴기 10대를 가동해도 하루에 받는 비트코인은 0.0045비트코인(5400원) 정도라고 한다. 기대했던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비트코인 전용 채굴기(ASIC)를 사면 채굴량은 확 늘어난다. 문제는 가격이 1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점. 우리투자증권이 전용채굴기를 이용한 채굴 원가를 계산해 보니 191달러였다. 현재 1000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거래가격을 감안하면 괜찮은 투자로 보인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해외선 사용처 많지만 국내는 1곳뿐

 채굴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기자는 비트코인을 사보기로 했다. 0.01비트코인부터 매수가 가능했다. 5만원을 충전한 후 3만7000원(1비트코인당 120만5000원)에 0.03비트코인을 샀다. 물론 유가증권 시장처럼 자유자재로 거래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코빗의 현재 하루 거래량은 3억원 수준. 하루에 250비트코인 정도 거래된다. 아직은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주요 비트코인 거래소들을 이용한 차익거래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으로 ‘일본 마운트콕스(833달러), 영국 비트스탬프(811달러), 불가리아 BTC-E(747달러) 순이다. 만일 BTC-E에서 비트코인 한 개를 사서 마운트콕스에서 팔 경우 86달러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거래소 간 가격이 4% 이상 벌어지면 이론적으로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는 게 우리투자증권의 분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 각국 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하고 입출금하는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더 큰 걸림돌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규제다.

일부 테마주 100% 올라 ‘투자 경고’

 우여곡절 끝에 손에 쥔 비트코인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1일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돈처럼 받기로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상점은 국내에선 이곳뿐이다.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사용 가능한 곳이 꽤 있다. 미국은 5만여 개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비트코인을 받는다.

 한국 증시에선 비트코인 관련주들이 연일 폭등세다. 제이씨현·SGA 등이다. 제이씨현은 손자회사 격인 디앤디컴이 대만의 비트코인 채굴 전용 메인보드 개발업체 ‘애즈락’의 국내 총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5일 이후 주가가 100% 이상 급등했다. 한국거래소는 이 종목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코빗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 붐은) 둑이 무너진 것이다. 가치 변동이 심하다는 약점만 보완하면 비트코인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희·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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