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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빵집, 비트코인 첫 결제 … 한은 '돈인가 아닌가' 고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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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일부터 국내 최초로 비트코인 서비스 결제를 시작한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 내부 모습. [뉴스1]

“지급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한국은행이 비트코인에 대해 내린 평가다. 주류 화폐로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당시 박원식 한은 부총재는 가장 큰 약점으로 가격 급등락을 들었다. 화폐가 교환수단으로 널리 쓰이려면 무엇보다 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치는 올 들어서만 100배 가까이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아직 통용성에도 제약이 많다는 지적도 덧붙었다. “사용 가능한 온·오프라인 매장이 전 세계 800여 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은 국내에서도 현실이 됐다.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점이 1일부터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하면서다. 일반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온·오프라인 상점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다소 느긋했던 한은은 빠른 상황 변화에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사안인 데다 막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간 단계라 공식적인 대응을 내놓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국내 거래소 설립자를 강사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고, 최근에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기본적인 시각은 종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보고서는 현황을 살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내부에서만 회람할지 외부에 공개할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실 안정적 통화관리가 목표인 중앙은행으로선 신종 화폐의 부상이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짜여진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커왔다. 비트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달러를 시중에 대량으로 푸는 양적완화가 시작되던 2009년 탄생했다. 가치가 급등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올 4월 키프로스 사태 때였다. 키프로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예금자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물리려 들자 상당량의 자금이 비트코인을 피난처 삼아 옮겨 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흐름은 비트코인을 현실로 인정하는 쪽이다. 불법으로 규정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데다, 일단 화폐로서 받아들여야 규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재무부는 올 8월 비트코인의 사용이 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일찌감치 규제와 감독기준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3월에는 가상화폐를 거래·송금하는 사업자도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하고 각종 의무사항을 따르도록 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다른 나라들도 결국 미국의 사례를 따라갈 것”이라면서 “발행량 제한 같은 구조적 한계가 있어 주류 화폐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기능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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