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연설로 후대도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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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의 남북적 2차 본 회담이 북적 측의 정치 선전장화한데 대해 정가에서는 비판이 많다.
14일 열린 국회 경제·국방·문공위에 출석한 여야 의원들은 회의에 앞서 모두 이것을 화제에 올렸는데 대충 『불쾌하다』『조금만 더 인내해보자』는 얘기들. 의원들의 비판을 옮겨보면….
△김재순 의원 (공화)=그들을 환영해준 국민의 소원을 무참히 짓밟은 것으로 불쾌하기 그지없다.
△민기식 국방위원장=김일성 선전에 치우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각을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신형식 공화당 대변인=정치 선전은 그들의 생리이므로 자유주의가 몸에 밴 우리 국민은 아량으로써 참아 나가야 한다. 너무 흥분하여 독을 깨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양일동 의원 (신민)=적십자 회담에서 「수령」 얘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회담 진행을 위해 이 같은 전횡적 행위를 참고 견딘 우리 대표들의 인내가 장하다.
△김대중 의원 (신민)=공산주의에서 정치를 빼놓으면 인도주의도 예술도 없다는 것을 다시 목도했다. 이런 인식을 확고히 한다면 지나친 분노나 비관이 필요 없을지 모르겠다.
△홍익표 의원 (신민)=대공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 가는 역사가 증명하는 것으로 우리의 면밀한 대처가 필요하다.
한편 북적 대표단 응대에도 비판이 나와 김재광 신민당 총무는 『정부가 내핍을 강조하면서 「워커힐」이다 「도오뀨·호텔」로 다니며 호사스런 「파티」를 해야하는지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했고, 김수한 신민당 대변인도 『우리 중에서도 비판이 따르고 있는 「스트립·쇼」 같은 것을, 구경시키는 것은 감각적인 「어프로치」 같다』면서 『개방 체제의 우위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쟎느냐』고.
「헬리콥터」 편으로 지방 시찰에 나섰던 김종필 총리는 13일 낮 영월에서 장성으로 날아가던 도중 갑자기 비바람을 만나 삼척군 하장면 미동 국민학교 교정에 불시착했다.
김 총리는 이곳에서 마을 노인들과 환담한 후 사진을 같이 찍고는 주소를 물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약속.
김신 교통장관 등 수행원과 함께 자동차 편으로 장성·봉화 지역의 수해 복구 상황을 시찰했는데 영월군 남면의 통일쌀 시범 단지에서 김 총리는 벼이삭을 뽑아 낟알을 세어보곤, 『이상 기후로 큰 피해를 보았다고 들었는데 와서보니 예상보다 피해가 적어 다행』이라고.
김 총리 일행은 장성에서 「지프」로 2시간 반을 달려나와 현동역에서 기동차 편으로 대구에 와서 1박했다. <대구=고흥길 기자>
신민당이 네번째 택일한 9월26일의 전당 대회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당 수뇌는 대회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고 보고 13일 김재광 총무가 김대중씨를 만나 『약속대로 김홍일 당수 지지 성명을 내달라』고 교섭했다.
그러나 김대중씨는 『대회를 원만히 치르려면 대의원 선출에 관한 당규부터 고쳐야한다』면서 당규 개정 없이는 전당 대회를 치를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김재광씨는 『무슨 명분으로 대회를 또 다시 연기할 수 있겠느냐. 비주류서 김홍일씨 지지 선언을 해서 반 진산 구심점을 만들면 당규 개정을 하지 않아도 유진산씨를 이길 수 있다』고 했으나 김대중씨는 『우선 당규 개정부터 판결한 뒤 구체적인 얘기를 하자』고 해서 결론을 못 내렸다.
14일 아침 김재광씨는 이런 경위를 밝히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불평했는데 비주류의 한 간부는 『우리 쪽 태도는 내주쯤 회의를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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