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그리고 승부 … 농구판 휘젓는 ‘양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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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KCC 김민구(오른쪽)가 지난 1일 홈경기에서 LG 김종규의 수비를 피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뉴스1]

김종규와 김민구. 둘이 함께 뛰던 경희대는 무적함대였다. 2학년이던 2011년부터 대학무대를 평정했다. 슈팅이 뛰어나고 배짱 두둑한 김민구는 외곽, 2m6㎝의 거구답지 않게 민첩한 김종규는 골밑을 지배하며 하모니를 이뤘다.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라운드 1, 2순위로 LG와 KCC 유니폼을 입었다. 모처럼 등장한 수퍼 루키라 기대가 더 컸다.

 ‘제2의 허재’라 불린 김민구는 개막 전 “제 2의 허재가 아니라 제1의 김민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김종규는 “프로농구판을 뒤집어 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

 두 선수가 프로에 뛰어든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높기만 한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김민구는 14경기에 출전했다. 10월 26일 김민구가 가세한 이후 KCC는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역시 김민구”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후 KCC는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김민구는 “대학 때는 한 번도 연패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 번 빠지니까 헤어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경희대 농구부를 이끌던 두 농구천재가 프로무대에서 신인왕 경쟁자로 만났다. [뉴스1]

 개인 기록만 보면 김민구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14경기에서 평균 32분13초를 뛰면서 11.6득점을 했다. 경기당 스틸은 2.2개로 KBL 선수 중 1위다. 5.1 도움도 전체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김민구가 뛴 14경기에서 KCC는 6승8패로 진 경기가 더 많다. 김민구가 없었던 시즌 초반(3승3패)보다 승률은 더 낮아졌다. 경기의 질을 확 바꿔버리는 수퍼스타 역할을 하지는 못한 셈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민구는 선배들 방으로 카톡을 보냈다. 팀 막내인 김민구는 매일 저녁 선배들의 아침 식사 메뉴를 미리 받아 챙긴다. 그는 “프로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믿을 건 젊다는 것밖에 없다”며 “농구를 한 이상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민구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떨지 않는 타고난 승부사다. 막내로 출전했던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필리핀전 27점, 대만과 3~4위전 21점을 꽂아넣으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종규도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판을 확 뒤집어엎을 만한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김종규는 12경기에서 9.3득점 6.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리바운드에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12위이며, 국내 선수 중에는 3위에 해당한다. 외국인과 경쟁해야 하는 프로무대가 아직은 김종규에게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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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성실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김종규는 “체격이 좋아서 대학 때까지 너무 편하게 농구를 했다. 외국인과 경쟁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우고 있다. 자리 싸움, 골밑에서 움직임, 간단한 골밑슛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두 번 모두 김종규가 뛰는 LG가 이겼지만, 개인 성적에서는 김민구가 근소하게 앞섰다. 신인왕에 대해 묻자 김종규는 “민구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후회 없이 경쟁하고 또 다음 목표를 향해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구는 “팀 성적도 중요한 변수가 아니냐”며 투지를 보였다.

 우지원 KBL 경기위원은 “ 김종규는 외국인 선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김민구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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