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와 김민구. 둘이 함께 뛰던 경희대는 무적함대였다. 2학년이던 2011년부터 대학무대를 평정했다. 슈팅이 뛰어나고 배짱 두둑한 김민구는 외곽, 2m6㎝의 거구답지 않게 민첩한 김종규는 골밑을 지배하며 하모니를 이뤘다.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란히 1라운드 1, 2순위로 LG와 KCC 유니폼을 입었다. 모처럼 등장한 수퍼 루키라 기대가 더 컸다.
‘제2의 허재’라 불린 김민구는 개막 전 “제 2의 허재가 아니라 제1의 김민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자 김종규는 “프로농구판을 뒤집어 버리겠다”고 큰소리쳤다.
두 선수가 프로에 뛰어든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높기만 한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김민구는 14경기에 출전했다. 10월 26일 김민구가 가세한 이후 KCC는 4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역시 김민구”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후 KCC는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김민구는 “대학 때는 한 번도 연패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 번 빠지니까 헤어나오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개인 기록만 보면 김민구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14경기에서 평균 32분13초를 뛰면서 11.6득점을 했다. 경기당 스틸은 2.2개로 KBL 선수 중 1위다. 5.1 도움도 전체 2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김민구가 뛴 14경기에서 KCC는 6승8패로 진 경기가 더 많다. 김민구가 없었던 시즌 초반(3승3패)보다 승률은 더 낮아졌다. 경기의 질을 확 바꿔버리는 수퍼스타 역할을 하지는 못한 셈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민구는 선배들 방으로 카톡을 보냈다. 팀 막내인 김민구는 매일 저녁 선배들의 아침 식사 메뉴를 미리 받아 챙긴다. 그는 “프로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믿을 건 젊다는 것밖에 없다”며 “농구를 한 이상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민구는 결정적인 순간에도 떨지 않는 타고난 승부사다. 막내로 출전했던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필리핀전 27점, 대만과 3~4위전 21점을 꽂아넣으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종규도 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판을 확 뒤집어엎을 만한 파괴력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김종규는 12경기에서 9.3득점 6.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리바운드에서 외국인 선수를 포함하면 12위이며, 국내 선수 중에는 3위에 해당한다. 외국인과 경쟁해야 하는 프로무대가 아직은 김종규에게 버겁다.
그는 성실함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김종규는 “체격이 좋아서 대학 때까지 너무 편하게 농구를 했다. 외국인과 경쟁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우고 있다. 자리 싸움, 골밑에서 움직임, 간단한 골밑슛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두 번 모두 김종규가 뛰는 LG가 이겼지만, 개인 성적에서는 김민구가 근소하게 앞섰다. 신인왕에 대해 묻자 김종규는 “민구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면서도 “후회 없이 경쟁하고 또 다음 목표를 향해 함께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구는 “팀 성적도 중요한 변수가 아니냐”며 투지를 보였다.
우지원 KBL 경기위원은 “ 김종규는 외국인 선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김민구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