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그 후-서울을 점검한다 (6) 시민의 안전 생활을 위한 「캠페인」|구획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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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19 장마는 변두리 지역 이른바 신개발 지구에서도 심한 물난리를 일으켰다.
이 지역에는 서울시가 60년 이후 변두리 지역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구획 정리 사업을 벌인 지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서울시의 구획 정리 사업이 무모하게 대규모 사업으로 보다 거점 개발이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재검토, 시행되어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구획 정리 사업을 벌이면서 하수도 시설과 저지대의 유수지 「펌프」장 가설 등이 선행하지 않은 채 마구 파헤친 성급한 택지 조성이 침수 소동을 일으키게 한 것이다.
60년 이후부터 서울시가 벌여온 구획 정리 지구는 서교 지구를 비롯, 영동·잠실 지구까지 합해 모두 19개 지역.
이중 서교·동대문·면목·수유·불광·뚝섬 등 6개 지구는 사업을 완료하고 나머지 13개 지구는 현재 구획 정리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들 19개 지역 중 면목·수유·뚝섬·성산·역촌·화양·경인·김포·시흥·영동·천호·잠실 지구 등 모두 12개 지역이 일부 또는 전부가 침수되었다.
이 같은 침수 소동은 이들 대부분의 지역이 저대인데도 서울시는 제방을 쌓아 한강의 범람에만 대비, 내수 처리 문제를 소홀히 했거나 하수 시설을 완전히 해놓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뚝섬 지구는 이미 구획 정리 사업이 69년도에 완료된 지역인데도 구획 정리 사업에 의한 내수 처리 시설 설치조차 해놓지 않았다가 이번에 침수되고 말았다. 이제는 일반 회계에 의한 시설비 투자만으로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 지역에 대한 배수 시설비가 서울시 예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아 자꾸 늦어지고 있다.
구획 정리 사업은 서울시 예산 회계 상 특별 회계로 계상하여 계획 지구내의 감보율 적용에 따라 생기는 체비지 매각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체비지 매각 성적은 그 지역의 공사가 어느 정도 활발해 지느냐를 말해주게 된다.
체비지가 잘 팔리는 지역의 구획 정리 사업은 공사 진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공사하고 남은 돈을 다시 투자하기 때문에 도로 포장, 하수도 등의 시설이 충분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반면 체비지 매각이 부진한 지역, 예를 들어 경인·김포·화양·시흥·망우·도봉 지역 등은 공사가 자연히 늦어져 서울시가 구획 정리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지 부진해 6∼10년이나 종결을 못 짓고 방치 상태에 놓이고 만다.
따라서 서울시 일반 회계의 예산이 구획 정리 특별 회계에 전용되지 않는 한 이들 지역의 배수 처리, 즉 장마철에 물난리를 겪지 않을 만한 시설이 이루어지기는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
서울시 도시 계획 담당자는 구획 정리 사업은 저지대 침수 지역을 침수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까닭에 지난 장마 때 침수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나 구획 정리가 끝난 지역에도 유수지나 「펌프」장을 완성한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더구나 현재의 체비지 매각 실적이 공사비조차 충당하지 못해 쩔쩔매는 형편이어서 완벽한 배수 처리 문제는 아득하기만 한 것이다.
특히 망원동 등 성산 지구와 뚝섬 지구는 예산 부족으로 「펌프」 장 건설을 못하고 있었다.
뚝섬은 지난 66년 「펌프」장 공사를 시작했으면서도 금년에 공사를 중단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많은 피해를 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가 역점 개발하고 있는 영동 지구는 시영 단독 주택을 짓고 있는 논현, 삼성동 등 비교적 높은 지대를 제외하고는 반포·잠원·서초동 등 제3한강교를 건너 칠성 「사이다」 공장 앞까지 물바다를 이루었던 것은 『영동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이 일대를 무모하게 파헤쳐 놓았던 점을 쉽게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구획 정리 사업 지구가 사업이 완료되었건, 진행 중이건 간에 이름 그대로 신개발 지구가 되어 침수 근심이 없는 주택가가 되려면 지금 형편으로는 몇 년이 걸릴는지 모르는 실정이다. 【이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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