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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대표들 10일 만에 재회-남북 적 서울 회담 북 적 대표 입경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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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단절 27년만에 북의 적십자 대표단 일행이 서울 땅을 밟았다. 남북 이산 가족 찾기를 위한 북한 적십자 대표·자문위원·수행원·기자 등 일행 54명은 12일 상오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 사무실에서 남의 길목에 이르는 절차를 모두 마치고 「자유의 다리」를 건너 무사히 서울 길에 들어선 것이다. 대표 일행의 자동차 행렬은 코스모스가 피고 말끔히 단장된 판문점∼서울사이 55km의 통일로를 거쳐 일로 서울을 향했으며 이들 대표 일행이 지날 때 연도에 구경나온 일부 시민들은 가끔 박수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서울의 평균 기온은 26도로 아주 맑은 가을 날씨. 대표 일행을 맞는 서울의 분위기도 가을 날씨처럼 차분했다.

<판문점>
북적 대표들은 10여대의 까만 「세단」에 나눠 타고 상오 9시29분 사천교(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 상오9시30분 판문각에 도착했다.
판문각 휴게실에서 잠시 쉰 이들은 상오 10시 정각 김태희 단장을 앞세우고 대표 7명과 자문위원 7명, 수행원 20명, 보도진 20명이 차례로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에 들어서 간단한 남행 절차를 밟았다.

<양측의 수석대표 웃으며 인사 나눠>
판문점에는 우리 측 기자 1백50명, 외신 기자 20여명, 북한 측 50여명 등 2백20명 이상이 붐볐다.
북적 대표단이 절차를 밟고 있는 동안 한적 대표들과 자문위원들이 문밖에 일렬로 늘어서 영접할 채비를 갖추었고 그 뒤로는 화환을 증정할 이화여고 학생 54명이 말쑥한 교복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상오10시3분쯤 검은색 양복 차림의 북적 김태희 단장이 맨 먼저 절차를 마치고 나타나자 한 적 이범석 수석 대표가 활짝 웃는 얼굴로 맞아들여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김태희의 뒤를 이어 주창준·서성철 등 여러 대표·자문위원·수행원·보도진들이 차례로 나와 이화 여고생들의 빨간 「카네이션」꽃다발을 받았다.

<북적 수행원 중에 또한 사람의 여인>
꽃다발을 받는 북적 대표들은 웃음을 띠면서 여학생들과 악수를 나누고 사탕·「볼펜」1개·김일성 「칼라」초상화가 든 사방 25cm 가량의 선물상자 1개씩을 건넸다.
북적 대표단에는 이날 뜻밖에 연두색 치마 저고리 차림의 이청일 대표 이외에 수행원으로 「석화」라는 여인이 나타나 주목을 끌었고, 또 보도진 속에는 서울에 노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재일 조총련계 조선 통신사 사장 이형구가 주목을 끌었다.
한적 측은 이범석 수석 대표를 비롯, 김연주 교체 수석 대표·정희경 대표·정주년 대변인, 자문위원 중에는 김준엽·조덕송·이상렬씨 등이 나와 북적 대표단 및 자문위원들을 맞았다.
2층 대표단 실에 안내된 북적 대표들과 자문위원들은 「콜라」와 과자를 들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레닌」모에 인민복을 입은 북적 자문위원 윤기복에게 『경기고 출신이냐』고 묻자 윤은 『졸업은 못했다. 아마 서울에는 동창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적십자 병원에서 앰뷸런스도 대기>
수행원들은 「자유의 집」아래층에서, 기자단은 「자유의 집」 남쪽에 있는 「퀀시트」 건물에서 휴식했다.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북한 경비병들은 평소와는 달리 웃는 얼굴로 묻는 말에 대답도 했고 북적 대표단이 서울로 타고 잘 승용차들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이날의 마중 행사를 준비한 한적측은 북 적 일행의 건강도 염려, 적십자 병원의 의사 2명과간호원 1명, 「앰뷸런스」1대를 대기시키기도 했다.
상오10시40분 한적 교체 수석 대표 김연주씨는 남북 기자들 앞에 나와 북적 일행이 묵을 「타워·호텔」에 대해 안내 설명을 하고 이어 기자와 수행원들은 2대의 관광용 「버스」에 나눠 탔다.

<타워호텔 도착>
북적 대표단 일행 54명은 12일 낮12시16분쯤 남산 동쪽기슭 「타워·호텔」에 도착, 미리 대기하고있던 한적 인사들과 안내양들의 영접을 받은 후 지정된 방에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북적 대표단 일행은 이날 「호텔」에서 순 한식으로 마련된 점심을 먹었다.
대표와 자문위원들은 17층 「라운지」에서, 수행원과 보도진은 1층 「그릴」에서 각각 서울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첫 식사 「메뉴」는 백반·우족탕·민어전·생복회·너비아니구이·각종 나물·오이소박이·통김치·소라젓·쇠고기 장조림이 주였고 과일은 사과·배·복숭아·청포도 등이었다.
북적 대표단 일행이 타고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종합청사 관리사무소 「엘리베이터」 기사 이승락씨 등 9명의 요원이 줄곧 「체크」했다.
「호텔」주방은 북 적 대표단을 맞기 위해 한달 전부터 준비에 착수했었다. 주방장 이응학씨는 25명의 주방 종업원을 지휘했다.

<적십자병원에서 앰뷸런스도 대기>
수행원들은 자유의 집 아래층에서 , 기자단은 자유의 집 남쪽에 있는 퀸시트 건물에서 휴식했다.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북한 경비병들은 평소와는 단리 웃는 얼굴로 묻는 말에 대답도 했고 북적대표단이 서울로 타고갈 승용차들을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다.

<북한 기자단 중에는 판문점 출입 12명도>
제2차 남북적 본 회담을 취재하러 서울에 온 북한 기자단 20명중에는 판문점 출입 기자가 12명 끼여있다.
12일 상오 판문점에서 밝혀진 북한 기자단 명단을 보면 중앙통신 편집국장 고명철을 비롯, 신남호·김철만·김성철·최일수·전경호·최영철·이성복·유철·김동일·전영호·최봉만 등 판문점 출입 기자 12명이 포함돼있다.

<승객 조속 귀환 호소하고 싶다>KAL납북 가족
납북 KAL기 미 귀환자 11인 가족회 회장 성충영씨(48·서울 성북구 석관동340의673)는 12일 상오 『이산 가족의 한사람으로 가능하다면 북한 적십자사의 대표들을 만나 KAL 승객의 조속한 귀환을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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