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신기록」-뮌헨·올림픽 「인간 드라마」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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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변의 연속이었다.
세계적인 강자들이 힘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무명의 신인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등 제20회 「뮌헨·올림픽」은 현대 기계 문명 속에 이루어진 인간 「드라마」였다.
가장 큰 이변의 종목은 육상.
남자 1백m에서 9초9의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에디·하트」와 「레이·로빈슨」이 TV를 보다가 금「메달」의 영광을 소련의 「바렐리·보르조프」에게 넘겨준 이변으로 「테이프」를 끊은 육상은 연일 이변의 연속이었다.
봉고도 16연승을 자랑하는 미국은 「멕시코·올림픽」의 우승자인 「봅·시그렌」을 내세워 17연승에 도전했지만 동독의 「볼프강·노르드비크」에 패해 2위, 17연승의 꿈도, 그의 2연승에 대한 집념도 깡그리 사라지고.
영국의 「데이비드·해머리」와 미국의 「로드·밀번」이 우승하리라 던 남자 「허들」1백10m에서는 「우간다」의 검은 다리인 「아키·부아」가 세계 신기록으로 나타나 또 하나의 이변을 만든 반면 「마라톤」에서 「프랭크·쇼터」가 우승한 것은 64년만의 미국 제패라는 점에서 육상계를 놀라게 하고있다.
육상과 마찬가지로 미국 「마크·스피츠」가 7관왕으로 「올림픽」 최대 기록을 세운 수영 역시 이변의 연속.
호주의 「셰인·굴드」는 물론 3관왕에 빛나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무적의 전문 종목이라는 자유형 8백m와 1백m에서 각각 2, 3위, 고국의 「팬」들을 실망시켰고 1920년이래 미국의 연속 우승 종목이던 남자 「스프링·다이빙」에서는 소련의 「블라디미르·나신」이 기적적으로 우승, 미국의 「다이빙」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일본 수영의 「다꾸찌」(전구), 「아오끼」(청목) 등의 대두로 화려한 것이었지만 남자 평영 2백m에서 탈락한 미국의 「존·헨켄」이나 소련의 「니콜라이·판킨」 등은 너무나 이름난 종이 호랑이로 손꼽을 수가 있다.
역도·「레슬링」·「복싱」 등에서도 이변은 계속되나 「헤비」급 이변은 역시 구기 종목.
미국 농구는 1908년 이후 계속 우승, 그동안 「올림픽」 63연승의 경이적인 기록을 지니고 있지만 결승전에서 소련에 51-50으로 분패, 「올림픽」 사상 최대의 기록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소련으로서는 52년 「헬싱키·올림픽」이래 숙원의 우승을 이룩한 것이나 미국으로서는 육상 1백m와 봉고도에 이은 3대 패배로 「뮌헨·올림픽」 최대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세계 「챔피언」인 「유고」가 「푸에르토리크」에 패하여 「센세이션」이 계속된 농구에 이어 「하키」 경기장도 연일 이변이 일어났다.
「하키」하면 그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이 독점해온 「스포츠」였지만 「뮌헨」에서는 주객이 크게 뒤바뀌고 말았다.
예선에서 인도는 「폴란드」와 화란에 각각 비기고 「파키스탄」은 서독에 패해 적신호를 울리더니 끝내는 서독이 1위, 「파키스탄」 2위, 인도 3위로 끝나 인도-「파키스탄」 시대도 끝장.
「헝가리」의 축구는 동경과 「멕시코·올림픽」에 이어 3연승을 노리는 종목이지만 결승에서 「폴란드」에 패해 3연승의 꿈이 깨어지고-.
과거의 「스타」가 말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스타」가 일거에 각광받는 인간 「드라마」도 이젠 폐막, 4년 후의 재화를 기약하며 석별의 아쉬움을 다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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