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협력 비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른바 「미·일 대등 외교」시대의 파문은 우선 한국에 미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난 5일에 열렸던 서울의 한·일 각료 회의에서 구체화되었다. 일본은 이 회의의 결과로 대한 경제 협력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움직임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일본의 대한 경제 협력은 65년의 국교 정상화 이후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의 테두리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작년 8월 동경에서 열렸던 한·일 각료 회의에서 그 테두리를 넘는「협력」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바 있었다. 당시 「기무라」(목촌) 외상은 앞으로의 협력은 『개개의 계획별 타당성』을 검토해서 생각해 볼 문제라는 태도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의 「다나까」(전중)내각은 종래의 그와 같은 태도에 다시 일대 전환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이른바 대한 경제 협력에 대한 이제까지의 『국제 비율 방식』에서 그 비율의 경중이 바뀌어 가게 될 것을 주목해 보면 알 수 있다.
종전 한국이 얻은 대외 협력의 국제 비율에 따르면 미국이 40%, 일본이 20%, 「유럽」제국·세계 은행 및 국제 통화 기금 등 국제 기관에서 40%씩을 각각 부담해왔다. 그러나 근착외지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은 그 부담 비율에서 역전, 미국은 20%로 후퇴하고 일본이 40%를 맡아 주도록 하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이것은 작년 가을 세계은행이 주최했던 대한 채권국회의 이래 한국 측이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것에 명확한 약속을 한 일은 없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한 내신 보도에 따르면 일본측은 최저 30%정도의 부담은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 당시의 약속만으로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약하다는 판단을 스스로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편 지난 8월 「하와이」에서 열렸던 미·일 정상 회담에서도 미국은 「아시아」우방들과의 약속을 지키되 「아시아」에 있어서의 미·일의 역할은 분담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바로 그것은 한국의 경우에 지체 없이 구체화하는 인상이다. 「오오히라」외상도 비공식적으로 『미·일의 같은 비율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비친 일도 있다.
일본은 그러나 기묘한 입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중공과 북한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엿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측은 이런 사정을 계산하고 『기한부 협력 요청』이라는 숨구멍을 터 준 것도 같다.
향후, 우리는 경제적으로 종래의 「한·미 관계」에 못지 않게 밀착된, 새로운 「한·일 관계」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며, 역사적으로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를 상기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