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29)공해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과수원 주인이 국영 기업체를 상대로 공해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내 고법에 이르기까지 승소했다는 보도를 읽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번 사건이 대법원에 가서 어떻게 판결이 날지 우선 주목되기도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공해 문제가 아직도 개발 초기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이웃에 지은 높은 건물 때문에 햇볕이 가려진 옆집이 일조권에 따라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승소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이 같은 일은 이웃간에 인정으로 해결하거나 무식으로 묵살해버리고 조금 일이 복잡하거나 커질 것 같으면 귀찮아 알아볼 생각도 않고 자기 권리를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법률 지식은 없고 전문가에 알아보자니 번거롭고 현 소송제도로 보아 사건이 매듭 되기까지는 소송비용이 많이 들고 소송 시일이 너무 걸리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이번 『공해의 개연성만으로 승소할 수 있다』는 판결로 새로운 인식이 널리었으리라 기대된다.
법률적으로 공해로 인한 손해 배상의 문제를 민법상 손해 배상의 문제인데 약간 「뉘앙스」가 다른 점은 상대방의 과실과 손해의 발생간에 인과 관계가 있느냐 하는 것을 입증하기 힘드는데 있다.
따라서 민법에서 요구하는 대로 엄격한 인과 관계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어느 정도 개연성만 있으면 공해로 인한 손해 배상을 인정하는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법에 호소하여 권리를 찾고 침해된 이익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의식이 약한데 문제가 있다. 많은 공해 사건이 다루어지면 그만큼 공해에 관한 판례도 더욱 빠르고 굳게 확립될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이 이 같은 공해 문제를 많이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인권 옹호 협회나 상담소와 같이 공해 전문기구가 마땅히 생겨야 할 것 같다.
학자들이나 변호사들도 이번 고법의 판결을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데 차제에 자기 권리·이익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도록 기대하고 싶다. 【하경철<변호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