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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사채의 상환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 김창근 특위 위원장은 「8·3」조치에 대한 특위심사 보고를 통해 「8·3」긴급명령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신속히 제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나, 채무기업의 책임과 사채원리금 상환을 보장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적절히 지적했는데 이에 대한 정책 당국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주목된다.
사채조정정책이 기업체의 사채조건을 변경시키는데 불과할 뿐 사채권자의 권익침해는 아니라는 정부의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가 크게 의문시되고 있는 이유는 이 나라 기업풍토 및 경제동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있다. 즉 경제적 침체가 계속되는 경우 부분적으로나마 기업 도산이 불가피하게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불식하기 어렵다는 것이 하나의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이 나라 기업풍토로 보아 사채권자는 기업의 단기신용을 전제로 해서 사채를 놓았던 것인데 장기신용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는 오늘의 경제동향으로 보나 기업신용상황으로 보아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특위보고가 사채권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채권자의 권익을 보장할 방법이 있는가에 상도할 때 그 해결방안은 막연하기만 하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해야 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사채조정정책은 정부책임 하에 단행된 것이므로 사채권을 정부가 보증해야 마땅한 것이라 하겠으나,「8·3」조치에서는 정부가 사후수습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정부보증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사채를 짊어진 모든 기업이 앞으로 이익금을 많이 내서 원리금을 갚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나온다. 그러나 자본제 경제에서 모든 기업이 평행적으로 이익을 올리고 호황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전체 경기는 호황을 유지해도 개별기업은 도산하는 것이 자본제 경제의 논리로 보아 흔히 있는 일임을 상기할 때 모든 기업의 번영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모든 사채권자를 보호하기는 어려울 것임도 이론적으로 분명한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모든 채권자의 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정책당국이 해야 할 일은 가급적이면 도산율을 낮추기 위한 직접 간접의 지원책을 강구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계에서는 감채기금제의 실시와 이에 대한 세제상의 특별지원을 요청한 일이 있는데 정책당국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세법에 대한 손질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있다.
그러나 세법을 손질하지 않고서 감채기금제를 권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사채권자의 권익을 보장할 의향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세법을 손질하는 것이 첫번 순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또 동시에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경기를 호전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만 사채권자의 권익보장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므로 이점 당국은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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