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대회」는 거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재일한국거류민단은 그 조직운영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것이 이곳 교포사회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남북공동성명에 의해 촉발된 극적시세변화를. 배경으로 아연 활기를 띄고있는 조총련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금 민단은 시급한 운영쇄신의 필요성에 당면해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8월8일 「도오꾜」구단 회관에서 열린 제35회 민단임시중앙대회는 새로운 태세를 다짐하는 조그마한 「스타트」로서 주목을 끌고 있다. 전례없이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 단1회의 투표만으로 새 민단장에 선임된 김정왕씨를 만나 민단의 과제와 대책에 관한 포부를 들어보았다.
-민단이 당면한 과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본국동포와 재일동포의 격차감을 시정하는 것이다. 본국에 가보면 「재일교포(교포)와 「개판(대판)」이라는 맡을 자주 듣는다. 반농담이지만 반은 진정이다. 이러한 인식이 고정화된 데 대해서는 교포사회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자각해서 타개해가야 할 일이다. 동시에 본국정부도 민단대책을 일신할 필요가 있다.
-'민단자체의 대책은'
누적된 각종 폐단을 척결하고 운영면의 「매너리즘」에서 탈피키 위한 체질개선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인적측면과 조직·체계의 문제로 나눌 수 있다. 항간에서 민단간부를 『민단쟁이』라고 부르게끔 된데 대해 간부들은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명령계통이 확립돼있지 않다는 등의 조직내부적 혼란을 수습할 생각이다.
-민단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는가.
민단사상 최대의 위기라고 본다.
조직면의 혼란이의에 철약한 조직력을 가지고 남북공동성명, 적십자회담을 비롯 조국을 에워싼 국제시세의 급「템포」의 변화속에서 대 조총련문제에 대처해 가야하기 때문이다.
-조직면의 혼란은 어디서 회유한 것인가」.
극히 복잡하고 뿌리깊다. 왜정때의 민족독립태동의 기간을 이룬 것은 공산주의에서 무정부주의에 이르기까지 과격진보적인 혁신사상이었다. 해방직후에 이러한 지하혼동자들이 표면에 나서 재일교포조직의 주요 「포스트」를 점노하면서 이른바 「민족진영」은 축출당했다. 특히 일본은 국제적으로 A「랭킹」에 속하는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들은 활개를 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민단은 초창기의 「스타트」가 1년 정도 뒤진데다 「멤버」들이 신고로운 지하운동의 경험이 없어 조직력이 철약했기 때문이다.
-조총련의 대민단공작이 최근에 활기를 띠고있는데.
가면을 쓰고 민단조직에 침투한 위장분자들이 조직교란작전을 펴고있다. 최근의 민단 「멤버」를 가장한 대전·품천구 및 동경 도단위의 민단·조총련합동대회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 위장분자들이 민단의 이름을 빌어 활약한 결과다. 처음에는 이를 단순히 조직내분으로 보고 위장분자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늦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선제당한 셈이 됐다.
앞으로는 이들을 불순세력으로 규정, 그 핵심분자와 불화?동분자를 철저히 제거해 가겠다.
그들의 움직임에 화전양면으로 대처, 규약위반자는 준엄히 처단하며 불화분자라도 개전의정이 있으면 이를 포섭하겠다. 이미 민단에서 제명된 동경본부간부들의 민단명의 및 본부건물사용금지와 한국청년학생동맹「멤버」의 건물출입금지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고있다.
-민단활동에서 지적될 수 있는 제약조건은.
조총련의 10분의1도 안 되는 자금, 일본언론·문화인들의 진보·혁신적 사상, 북한과 조총련의 일사불란한 선전공세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본국정부는 교포대책을 일관성있게 연합화하여 민단의 권위를 회복케 해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대책의 강화 및 본국왕래절차의 간소화조치와 재일동포의 본국투자를 보호·지원하는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돼야겠다. 동시에 민단자체에서 경제인과 조직인간의 부신관계를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며 역대 민단책임자가 활동적이긴 했으나 이론적으로 뒤졌던 점 역시 시정돼야겠다.
이밖에도 김단장은 ▲고송총고분조사에서 설사 북한학자가 초청되더라도 한국은 자신을 가지고 참석, 공동연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며▲호혜평등한 한일문화교류를 위해 일본영화의 본국수입문제 등도 전진적으로 타개해가야 할 것이고▲서울에 일본문화원이 설립되거나 일어교육을 시작한다고 떠도는 식의 좁은 소견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장년층에 비해 오히려 젊은층의 한국연구가 활발하다고 지적한김단장은 일본을 좀더 조직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며 재일한국인학교의 주재원가족에 의한 치맛바람을 없애는 등 사소한 일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문제들을 시정하는 작업을 쌓아감으로써 일본속의 새 한국상을 확립하는 동시에 최근의 주변 시세변화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