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시달|사찰 환경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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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공부는 지난 7월12일 전국 불교 사찰에 대해 「사찰 환경개선 지침」을 시달, 8월15일까지 개선의 진척 도를 보고하도록 했었으나 그 성과가 극히 미약한 상황에 있어 그 성과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당초 문공부는 「사찰 환경개선 지침」에서 ⓛ사찰의 경 내외를 막론하고 무허가 건물은 일체 금하고 이미 지은 것도 철거시킬 것 ②경내의 잡상 행위는 일소하되 경외의 일정한 지역에서만 이등상점의 설치를 인정할 것 ③경내에서의 음주·고성방가·「마이크」사용 및 춤추는 등 행위를 금할 것 ④경내 사찰주변 청소, 정화의 철저 화와 화장실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 ⑤안내판은 일정하게 규격화하고 환경과 조화되도록 적당한 곳에 설치하되 그 안내판과 기재내용을 모두 문화재관리국이나 각도에 사전감수를 받을 것 등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은 실제에 있어 한 달이 지나도록 잘 이행되고 있지 않음이 당국에의 보고에 드러나고 있다.
문공부가 사찰주변의 환경개선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사찰에 바싹 붙어서 유흥시설·상가·숙박시설이 조잡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또 사찰의 경내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놀이꾼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놀이의 자리는 언제나 깨진 병 조각이나 빵·과자 봉지 등이 어수선하게 널린 채 버려져 있고 술 취한 놀이꾼들이 사나운 시비로 분위기가 살벌해지기 마련이다.
「사찰환경개선지침」은 이런 고질적인 관광지의 환경을 개선, 관람과 놀이의 자세를 선도하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해석된다.
특히 우리 나라의 관광자원 가운데 중요한 것은 역시 불교문화의 유산이며 이를 간직한 사찰이기 때문에 그 환경개선은 문제가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들은 절에 있으며 그를 둘러싼 수풀과 계곡이 관광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그래서 사찰은 수도 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관광지로서도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이며 그 정화가 더욱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목적가운데 어느 하나도 성취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운 것이 오늘날의 사찰이다. 절이 살림집과 같은 것이 아니라 훌륭한 수도의 도량으로서 뚜렷한 자리를 지킬 때 관광의 효과가 높아질 것은 물론이다.
사찰과 유흥시설이 함께 있기보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 이들은 각기 그 효용을 높이게 되는 것. 이점 종래의 국가적인 개발계획에도 문제가 있다고 불교사단 측에서 지적한다.
이지관 스님(해인사 주지)은 정부가 가야산지구를 국립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는데 대해 이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속리산 등의 경우를 들면서 『국립공원지정을 통한 사찰의 관광지 개발보다는 이게 참다운 의미의 한국의 대 사찰을 하나라도 절답게, 수도의 도량답게 보존하는 일이 더 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찰이 의젓한 한국의 전형적 가람으로서 위풍을 지킬 때 외국관광객은 물론 국내 인들도 이를 찾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사찰환경정화는 정부의 계획이나 지원만으로는 어렵다. 수억 원의 국고를 투입해 복원하고 있는 사찰도 있지만 근본적인 정화노력은 결국 사찰자체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1차 적으로 많은 재정이 요청되지 않는 사찰단위의 사업일 경우 신도회·불교학생회를 통하여 청소·미화작업, 변소·식수시설의 정화, 안내판설치, 관광 인들에 대한 애림정신 고취 등 사업이 기대된다고 최삼경씨(문공부 종무 과장)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찰자체의 개선노력과 사업을 벌이는데 문제되는 것이 각 사찰의 재정이다. 사실 각 사찰에 있어 경내의 입장료나 신도들의 현금은 사찰의 유지·관리에 쓰여지는 것이지만 관리자에 따라서는 이를 사찰의 발전을 위해 알뜰하게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비판이다.
조계종 안에서도 주지들 가운데 사찰의 관리와 발전보다는 개인적인 축재에 급급한 사람이 얼마간 있다고 지적하는 실정인 것이다.
곧 사찰관리 책임자로서 주지의 처신은 교단 내적으로만 중요한데 그치지 않고 관광 면에서나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도 중요한 현실이다. 따라서 주지임 면에 관한 한 특히 교구본사정도 중요사찰 주지의 임용에 있어서 조계종이 인선을 신중해야한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모처럼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지시나 지침을 실효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좀더 구체적이고 실행력을 가진 지원계획이나 법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고 불교계는 요청한다.
오연원 스님(직지사 주지)은 『가령 사찰경내를 정화하기 위해 사찰인접의 사유지를 악용 한다든가 불가피한 매입을 지원하는 등의 규정 같은 것이 사찰정화·무허 건물 철거를 위해 선행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문화재의 보호나 관광자원의 관리에 관하여 정부기관과 사찰 측이 공동으로 토론하는 기회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불교계는 제의하고있다.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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