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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 못한 동양의 경이 침술에 심취한 미 의학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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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대 중국의 침술이 미국의 새로운 경이가 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엔 미국에서 침술을 사용한 수술이 권위를 자랑하는 큰 병원에서 빈번히 실시되고 있다 해서 의학계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시건」주 「노드빌」 주립 병원과 「뉴요크」의 정신 보건「센터」 등에서는 이(치)를 뽑는 것에서부터 종양 수술 때 마취용으로 침술을 활용하고 있다. 침술의 역할이 단순한 진통이나 마취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요법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자 이제까지 이에 대해 무관심했던 저명한 의학 관계 연구 기관도 침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보스턴」의 「매서추세츠·제너럴」 연구소, 「캘리포니아」대학의 의료「센터」, 「뉴요크」의 의료 부활「센터」, 심지어 연방 정부조차 큰 관심을 갖고 있다. 3주일 전 미국의 국립 보건 연구소는 침술 연구 추천을 승인했다. 단순한 마취제로서가 아니라 암, 신경통, 관절염 등의 만성 통증의 치료 방법으로 사용될 가능성을 침술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미국 의학 협회도 침술 불신 태도를 바꾸어 내년 연례 회의에서 침술을 의제에 포함할 것인지를 결정할 위원회를 구성했다. 「캘리포니아」 의학 협회는 침술의들을 공인 의료 단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법을 개정토록 건의, 이달 안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문제는 침술의의 숫자. 현재 미국을 통틀어 의사 면허증을 가진 침술의는 10여명에 불과하다. 전국으로부터 이들을 찾는 환자는 줄을 잇는다. 그러나 면허증이 없지만 시술이 가능한 사람은 「차이나타운」 일대에 수백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까지도 일약 유명 인사로 승격,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마치 부흥회 전도사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의사들을 위한 「세미나」도 갖는다. 얼마 전까지 『동양에서 온 돌팔이』가 입장료 1백75「달러」의 「세미나」 주제 발표자로 둔갑했다.
침술에 대한 열망과 기대는 치유 불가능이란 낙인이 찍힌 환자에게서 더욱 뚜렷하다. 특히 「닉슨」 대통령이 중공을 방문하고 들아 온 후부터 백악관, 보건 후생성에는 이들의 편지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9살 된 자식이 맹아인데 침술로 고쳐 줄 수 있느냐』는 식이다.
일일이 회답 편지를 쓰는 일만도 엄청난 일이다. 침술은 암, 정신 질환, 당뇨병… 등을 위한 치료법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회답 편지를 아예 인쇄해 놨다가 회답할 정도.
의료 관계 전문가들은 침술열이 얼마나 치솟아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시하고 있다. 대부분 침술에 회의적이다. 이틈에 엉터리 침술의가 활개를 쳐 수천 명의 환자가 희생될지도 모른다고 염려까지 한다.
미 마취의 협회는 잠재적 가치밖에 확인되지 않은 침술이 안전과 위험에 대한 생각도 없이 조급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암이나 관절염 환자들이 전통적인 치료 방법을 택하지 않고 침술의 유혹에 끌리게 될 것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뉴요크」주는 지난달 화려하게 개원했던 한 침술 「센터」에 대해 최근 폐업 지시를 내렸다.
이곳에서 침 한번 맞으려면 처음 50「달러」, 그 다음부터는 20「달러」씩 내야 한다. 그런데도 2주만에 3백 명이 몰려와 침을 맞았고 3천명이 예약한 채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 침술의들은 면허증을 갖추고 있지 않아 주당국은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침술열을 오늘에 이르게 한 장본인은 「뉴요크·타임스」지 「칼럼니스트」이자 부사장인 「제임즈·레스턴」씨. 중공방문을 위해 지난해 북경에 도착했을 때 그는 급성 맹장염에 걸렸다. 반제 병원에서 보통 마취제를 사용,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복통이 심하자 그는 팔뚝과 발에 침을 맞았다. 『한시간만에 통증과 부기가 현저하게 없어졌다』고 기사를 통해 침술 송사를 읊었다.
이어 심장병 전문가 「폴·더들리」박사, 이비인후과 권위자 「새뮤얼·로젠」 박사 등이 중공으로 몰려가 경이를 체험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침술 논의가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것이다.
침술은 중국에서는 5천년 전부터 사용돼 온 것이다. 옛날 중국의 한 전쟁터에서 어느 병사가 화살을 맞았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상처에서 거리가 먼 한 부위에 감각이 없어지더라는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여기에서 침술이 유래됐다고 한다. 그러나 침술은 중국만의 점유물은 아니다. 「이집트」의 고대 기록에도 신체의 일부를 지적하여 『맥』이라고 부른 표현이 있다. 이것은 곧 침놓는 자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브라질」의 한 부족도 신체 각 부분에 화살을 꽂아 질병을 치료하는 풍습을 가지고있다.
서양인에게 있어서 침술의 음양 논리는 의학적인 논리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인체에는 「기」라는 것이 흐르고 있는데, 이를 통제하는 것이 「음」과 「양」이며, 음·양이 균형을 잃었을 때 기가 역행하여 발병한다는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침술의 현대화는 중공 정권의 그것과 역사를 같이한다. 약품과 근대적 의사가 극도로 부족했던 30년대에 모택동과 그의 「게릴라」들은 침술가와 약초상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연안에서 시작된 침술 치료는 그 뒤 중공 지배하의 중국에서 학과목으로 되었다. 치료 분야도 광범하다. 「말라리아」에서 녹내장에 의한 장님까지, 그리고 맹장염에서 고혈압까지를 치료할 수 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2백80명의 혹을 가진 사람을 치료한 결과 두 사람을 빼고는 모두 근절되었다. 북경 시립 병원에서는 5백26명의 소아마비 어린이를 치료한 결과 2백53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도 있다. 70년에 나온 보고서는 또 40년간 실명했던 1백11명의 환자의 눈을 뜨게 했다고 한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신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전신마취로서의 침의 사용은 중국에서도 극히 최근의 일이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 부분은 치통·두통·위경련 등의 치료를 위해 오랫동안 시술되어 온 곳이다. 50년대 후반에 중공의 의사들은 이 부분에 침을 놓으면 수술 중 고통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치)를 뽑거나 편도선 절제를 할 때 이 부분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경험을 쌓아 가면서 이들은 큰 수술에도 침의 효과가 있다는 자신을 갖게 되었다.
1개 내지 2개 정도의 바늘만 있으면 충분하다. 침에 의한 마취 효과는 그것을 빼고 난 뒤 수 시간을 지속한다. 환자들은 침과 전통적인 마취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침을 쓰지 않을 경우에 대비, 마취사가 항상 대기한다. 중공 당국은 68년이래 침술에 의한 수술이 40만 건이나 있었는데 90%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미국의 의사들도 침술에 의한 수술을 15「케이스」나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을 더욱 어리둥절케 한 것은 수술대 위에서 펄쩍 뛰어내린 수술 환자가 모어록을 움켜 안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행동은 그것이 자기최면의 결과든 아니든간에 침술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미국인이 이렇게 질문하면 침술사는 『생쥐나 고양이에서도 똑같은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똑같이 대답했다.
그 효능이 무엇이든간에 전신마취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침술의 큰 공헌이다. 침은 비교적 안전할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낮추거나 호흡을 막거나 하는 일반적 마취법의 불편을 제거할 수 있다. 더우기 매스꺼움이나 수술 후 계속 침을 꽂을 필요도 없다.
미국에서 최초의 중요한 침술 실험은 지난 4월 「시카고」의 「웨이스」기념 병원 소아마취과 「게리·친」씨가 편도선 절제를 위해 수술을 자원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고통을 전혀 몰랐다는 그는 이제 침술 신봉자가 됐다.
침이 어떻게 고통을 제거할 수 있는지는 이제 커다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만 「로널드·멜작」 박사와 「런던」대 「패트릭·월」이 65년에 발표한 학설이 널리 통용되고 있을 뿐이다. 「문의 통제」로 불리는 이 학설은 지각신경의 소위 「AI델터」섬유를 침으로 자극함으로써 척수 속의 고통을 전달하는 가상적인 문을 닫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고통의 자극을 차단하게 되며, 고통을 실은 작은 신경 섬유의 두뇌 도달을 막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 학설은 얼굴에 꽂은 침이 개복 수술의 고통을 어떻게 하여 없애는지, 팔에 꽂은 침이 어떻게 이빨을 뽑을 때 고통을 없게 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더욱 중요한 의문은 어떻게 하여 침이 고혈압이나 천식을 치료하게 되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미국 의학계의 중요한 연구 과제로 등장했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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