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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칼라로 보는 오페라 심청전 뮌헨에 한국의 환상 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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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의 고전소설 『심청전』은 이제 세계 속의 『심청』이 되었다. 한국태생의 작곡가 윤이상씨가 「오페라」화한 우리의 향토색 짙은 『심청』은 지난 1일 세계관객의 열광을 받으며 「뮌헨」의 「바이에른」 국립극장에서 역사적 초연을 가짐으로써 6주간 계속될 「뮌헨·올림픽」 문화제의 첫 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다.
전 2막으로 엮어진 「오페라」 『심청』은 동양적 미술에 바탕을 두고 화사하게 꾸민 환상적 무대 위에서 장장 5시간45분에 걸쳐 펼쳐졌다.

<관객 격찬 속 교포들 감격>
대교향악단의 반주와 함께 5∼7명씩 짜여진 여러 합창조의 설명을 통해 효녀 심청의 내력은 풀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한국의상을 입은 세계적 「오페라」가수들의 감미로운 노랫소리는 우리 교포들로 하여금 모르는 결에 조국을 의식하게 했고, 서구의 관객들은 더욱 동양의 신비에 매혹된 나머지 감탄을 연발할 뿐이었다.
무대 위에 우람하게 솟은 바위와 무성한 수풀들은 도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천상을 엮어냈고, 그 하늘나라에는 합창단의 효과로 찬란한 법의의 정령과 선인들이 밤을 지새워 마치 심산유곡 산사의 고요를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합창소리가 더욱 공상의 나라로 이끌어갔다.
현란한 수궁 「신」. 그 수궁 속에서 갖가지 해초가 용궁시녀들로 변신해 가는 장면전환, 살포시 피어오르는 연꽃 속에서 심청이 청아하게 나타나는 장면 등은 완전무결하게 환상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그것은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통해 내면 깊숙이 울려 퍼지는 음향이다. 작곡가 윤이상씨만이 지닌 정중동-조용한 가운데 「다이내믹」한 감동을 안겨준 것이다. 더구나 특유의 「하프」와 「플롯」의 고음은 천사가 창공을 날 듯한 경쾌함을 보여주었다.
심청 역의 주연가수 「소프라노」 「릴리안·주키스」는 맑고 고운 음 등과 티없이 명랑한 표정으로 한국의 여인상을 나타냈고 민감한 유연성으로 이 공연을 절정으로 유도했다.
심봉사 역의 「윌리엄·뮈라이」, 천상의 심청모 역에 「레오노르·키르슈타인」, 뺑덕어멈 역의 「헤르타·퇴퍼」, 그리고 왕 역의 「볼프강·브렌델」 등 모든 출연자가 열연을 보여주었다.

<오페라사상 드문 대성공>
「하랄·쿤츠」 박사의 대사에 「귄트·레너트」 박사의 연출, 「볼프강·자발리쉬」의 음악지휘, 「바움가르텐」의 합창지휘, 그리고 「위르겐·로제」의 무대미술로 엮어진 이번 「오페라」 『심청』은 「오페라」사상 보기 드문 역사적 대성공이었다고 서독 권위지들의 절찬을 받았다.
「더·벨트」지는 『또다시 한국의 작곡가는 고국의 모습과 사상을 서구음악에 재현시켰고, 천부의 예술적 자질로 음악무대에 옮겨놓았다』고 평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룽」지는 『작곡가 자신도 이 이상의 성공적 공연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또 「쥐트도이체·차이퉁」지는 『「뮌헨」문화재가 한국적으로 시작되다』라는 표제아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우리의 설화로 전해 내려온 『심청전』은 이제 평범한 우리만의 설화가 아니다. 한국의 사상과 사회구조·생활풍습 등이 한국작곡가와 서구인의 몸짓에 의해 세계무대에 올라 세계시민의 『심청』으로 승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뮌헨=엄효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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