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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평검사 토론] 토론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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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대통령과 평검사간의 공개토론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유례가 없는 파격적 토론이다.

갈등의 당사자들과 담판을 벌이고 이를 TV를 통해 중계해 국민들의 판단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노무현식 직접정치'라는 표현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3년 11월 김종필 총리가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학생들과 토론을 벌인 일은 있으나 대통령이 공개토론에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 같은 토론을 당선 직후부터 구상했었던 것 같다. 그는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당선 후 평검사와 간담회를 갖고 인사방향을 논의하려 했으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까지 '국민들 보기에 무리해 보인다'고 말려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랬다가 간부 인사에 대한 평검사들의 반발이 표면화하자 평검사와의 토론카드를 새로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이유는 스스로 토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돌파 전략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중요한 현안이 발생할 때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측은 "盧대통령이 현장 정치를 중시하고 있는 데다 이미 토론공화국이라고 선언한 만큼 이런 토론이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가 충돌할 때마다 매번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럴 경우 노사문제.쌀시장 개방.공무원 노조 허용.행정수도 이전 등 눈앞의 현안마다 대통령이 이해 당사자들과 토론을 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가 갈등조정에 실패할 경우엔 아예 통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토론이 당초 목적과는 달리 맞대결 양상의 심화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토론 후에도 청와대 측은 "검사들이 대통령의 '약점'을 공격적으로 거론했다"고 불쾌해 했고, 盧대통령이 "못 믿겠다"고 지목한 검찰 간부들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토론 후 盧대통령 핵심 측근은 "국민이 배심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여론이 유리하게 돌고 있다고 믿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갈등 조정 방식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만일 논쟁에서 盧대통령이 궁지에 몰릴 경우 참여정부의 5년이 흔들리게 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이다.

반대일 경우엔 국가 공권력을 상징하는 검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사상 초유의 실험이 몰고올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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