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1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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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 27일은 휴전협정이 조인 된지 19년이 되는 날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휴전일 이지만, 금년은 7·4남북공동성명, 또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맞이한다는 데서 착잡한 감회를 금할 수 없을 것 같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53년7월27일에 조인된 휴전협정은 3년 1개월 3일간에 걸쳤던 한국전쟁을 정지시키는 동시에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휴전협정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군사정전위원회를 설립하고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설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휴전협정은 그 동안 북한의 위반과 도발로 말미암아 난마와 같이 유린된 바도 없지 않았다. 특히 휴전협정의 중요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중립국감시활동조항·신무기 및 병력증가금지조항은 폐기 된지 오래고, 심지어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대한 침범까지 서슴지 않았다.
전쟁의 재발을 억지하기 위한 휴전협정이었지만, 휴전협정은 사실상 그 조문이 현실화되지 못했다. 오직 현 상태나마 휴전이 유지될 수 있었던 유일한 조건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힘의 균형 때문이었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강력한 억지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내외정세는 변천하여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전쟁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7·4성명이 나왔고, 또 그를 전후해서 남북적십자회담이 진행되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대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휴전협정과 긴장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7·4성명, 또는 남북적십자회담은 일맥상통한 것이며, 결코 무관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휴전일과 더불어 다시 한번 우리가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휴전협정을 조문에 명시된 대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6월 12일 군사정전위원회 유엔군측 수석대표 「필릭스·M·로저즈」 미 공군 소장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조처로 ①비무장지대 안의 모든 군사요원과 무기를 제거하고 ②요새화 한 전투진지를 파괴하며 ③민간인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가 평화로운 생업에 종사할 것을 제의한바 있으며, 이는 지난 2월12일 김 외무장관에 의해 다시금 촉구된 바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휴전협정체결 당시의 정신과 목적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원상복구는 물론, 북한의 도발 내지 전쟁준비, 그리고 적화통일 야욕이 즉각 포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또한 우리가 명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은 지난날 휴전협정이 다름 아닌 힘의 균형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을 명백히 상기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재래 시킴에 있어서나, 그것을 유지시킴에 있어서나 언제나 힘의 배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작금의 내외정세를 가지고 긴장완화나 평화가 이미 달성된 것처럼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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