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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금리인하…그 폭을 둘러싼 두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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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합경제시책의 일환으로 금리의 하향조정이 임박했으나 인하 수준엔 관계 당국간에도 다소 이견이 있는 것 같다. 이제 금리의 인하를 앞두고 금리의 인하 폭과 범위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기업의 부채비율만 더욱 악화|물가상승률의 억제 위해 소폭 조정해야|이규동(본사논설위원)>
정부 당국은 경기대책의 하나로 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그 인하의 시기와 인하 폭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더 중시하는 듯한 기획원측은 예대금리를 현행보다 5%정도 낮추는 방향을 소망하고 있는데 반해서 안정정책을 보다 중시하는 재무부측은 현행보다 2.2∼3.6%정도 인하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리 인하 폭에 관한 이견을 관계 당국이 어떻게 조정 확정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으나 금리인하를 단순한 경기대책이나 부실기업 대책으로서 고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금리인하의 득실을 전체적 국면에서 신중히 판단해 볼 필요성은 크다.
첫째 기업의 금리 부담률이 65년의 4.17%에서 70년에는 9.04%로 두 배나 늘었다는 사실로 보아 기업의 금리부담률을 낮추어줄 필요성이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기업의 부채비율도 48.4%에서 77%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므로 내용적으로는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금리압박의 가중현상임을 숨길 수 없다. 이처럼 재무구조상의 모순에서 오는 금리압박을 이자조정으로 완화시킨다면 이 나라 기업풍토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아 부채비율을 더욱 악화시킬 것도 예측키 어렵지 않다.
둘째 금리인하를 하는 경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예금대출 동향이다. 현재의 금리수준에서도 대출금 증가액은 예금증가액의 2배가 넘고있는 실정이다. 즉 지난 4월말 현재 전 예금은행의 예금증가는 전년말 대비 4백억원에 불과한데 반해 대출증가는 8백98억원에 이르고 있는데 예금증가율이 현저히 둔화되고 있는 원인의 하나는 1월의 금리인하 조치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예금대출간의 괴리를 오늘날 일부 은행은 예대율이 1백20% 수준에 오르고 있음을 우리는 직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금리수준에서 다시 5%를 인하하는 경우 예금대출간의 괴리 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발권력에 직결되어야 할 필연성이 충분히 예견된다. 물론 차관원리금상환조로 통대가 지나치게 환수되어 국내여신의 계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통화량은 늘지 않으니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발동해서 통대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겠다.
그러나 금리변동에서 오는 예대간의 괴리폭 확대에 따른 통화공급은 성장통화의 계획적 공급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셋째 금리인하 문제에서 가장 중요시해야할 사항은 앞으로의 물가동향이라 하겠다. 당국 일부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물가상승을 연율 3%수준으로 낮춘다는 전제하에 금리를 대폭인하 하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는 당위성과 현실을 혼동한 생각에 불과하다.
물가를 연율 3%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통화 금융면의 초긴축 정책을 계속 고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재정규모와 재정적자폭을 다같이 축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전제는 우리의 경제현실로 보아 실행 불가능한 전제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여 불경기 속에서 통화공급이 사실상 증가되고 있지 않은 올해 상반기 중에도 연율 15%선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당국은 주목해야할 것이다.
물론 고미가 정책과 환율의 급상승 때문에 물가가 그렇게 빨리 오른 것이므로 이 두 가지 요인만 제거하면 물가상승률을 3%선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중되는 차관원리금상환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성장주도 기업들이 3%의 물가상승률에 견뎌낼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판단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도산되는 경우 국민경제는 혼란의 와중에 빠져들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차관원리금상환 수요를 발권력으로 메우든지 아니면 가격인상으로 메워줘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사리를 이와 같은 각도에서 판단할 때 물가상승률 3%를 전제로 해서 금리를 대폭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모험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컨대 오늘의 제반경제동향으로 보아 금리는 가급적 내리지 않아야 하며 비록 어쩔 수 없이 내린다 하더라도 그 폭은 적을 수록 좋다는 것이다.

<고금리는 자기자본·이익 잠식|기업소생 위해 대출이율 12%로 인하돼야|이은복(생산성본부이사장)>
60년대의 한국경제를 외자를 바탕으로 한 투자개발 중심의 고도성장 경제라고 한다면 70년대의 한국경제는 경제체제와 질서를 재정비하고 이제는 외자투자의 부가 가치적(?)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운용개발 중심의 균형성장경제가 바람직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실과 균형(배분문제도 포함)을 가져와야 할 필요에 직면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사회주의 경제체제 보다 월등하다는 점을 국민 한사람 한사람으로 하여금 피부로 느끼게 하여야할 처지에 있음을 생각하게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말이다. 이제 우리는 자본주의가 갖는 경제성·탄력성·강인성·창조성·능률·다양성·경쟁성 등을 체제화하고 이를 국민 앞에 실증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자본주의 경제를 생각할 때 우선 기업을 그리고 시장의 기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의 지주이며 원동력이며 시장은 기업의 전쟁터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의 정책의 공과는 기업의 기능과 시장의 기능을 가장 효과 있게 다루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우리는 요즘 한국경제를 말할 때 누구나 공공연하게 불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부정치 않는다. 그만큼 심각한 면이 노정 되어서 그런지 모른다. 그래서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강구하고 기업은 탈불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한국경제의 대세를 살펴보자.
69년도 상반기를 고비로 원한 많은 공장이 건설되고 심지어 목표연도 보다 앞당겨 완공을 본 공장도 있다. 이해야말로 한국경제 고도성장의 절정(15.3)의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부실기업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정부가 그 대책에 부심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숙제는 1년을 묵힌 채 70년 하반기에 넘겨지고 여러 기업의 부실화는 늘어났다. 융자한 은행도 골치를 앓게 되었다.
그리하여 곧바로 한국경제를 불경기로 침체시키기 시작하였다. 다시 또 1년이 지났다. 71년 하반기에는 고질화 되다시피 한 불경기 상황이 마침 불황으로 돌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사람은 때마침 미·일을 비롯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빙적하여 우리의 불황을 가볍게 넘기는 인사조차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와 같은 대세로 몰고 온 가장 큰 이유가 다름 아닌 「기업문제」였음을 짐작한다.(물론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는 여러 이유도 포함함은 물론이다.)
기업의 기능은 체질약화도 곁들여 제구실을 못하는데 가까워지고 있다.
한은 자료 속에서 제조업에 관한 지표를 찾아보면(별표 참조) 영업이익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나 순이익은 70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없게되는 실정으로 이는 금융비용(지급이자)이 4년간에 거의 배증을 보이고 있다. 결국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여 순이익은 감축될 대로 되어 마침내는 원금상환을 하자니 고리차입증대와 이에 따른 지급이자의 증대를 가져오고 심지어는 그간에 자기자본의 비율이 30여%를 잠식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70년도가 이럴 바에는 여건이 더욱 악화된 71년은 더욱 심할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여기에 부채질을 역할을 하는 외환율 인상은 2년만 되면 원화 이자 부담액은 고리채를 능가하게되니 현재의 중견기업(대부분 50만불 이상의 차관업체 해당)이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는 자명하다. 흑자는 자기자본 불충실에서 온 것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의 경우 22.1%, 서독의 39.3%의 예를 보아, 또 민족자본이 없는 우리 나라로서 미국과 같이 50%로 이끌어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고금리는 이렇듯 기업쇠퇴에 그치지 않고 경제불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외국차관 제공자도 이제는 한국의 고금리가 기업을 부실화시키고 있는 이때 무슨 차관이냐? 회수될 재원인 기업이윤이 발생치 않고 있는데-하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러고 보면 외자도입도 앞으로 문제가 순탄치 않다.
더욱이 금리인하에서 기업이 가장 현실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연체고리에 대하여 형식적인 인하에 그친다는 것이 회수촉진론이나 응징론으로써는 만족할 일일지 모르나 경기부양이나 기업소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다.
난국 앞에서 금리인하의 폭을 결정짓는데 있어서는 특혜융자우려론·자금수요 증대론·저축감퇴론·계수작업 의존론 등을 동원한 소폭인하란 「기술적 시책」의 틀을 벗어나 한국경제 대세를 고려, 「정치적 정책」결단으로 기업에 탈불황의 활력을 넣어주어야 할 것이다. 대출이자를 12%, 연체이자 16%로 때를 놓치지 않는 결단이 요청된다. 활력 있는 수많은 기업의 존재 그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이며 국민경제 번영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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