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모든 외로움에 위로받을 음악 들고 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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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왼쪽부터 권순일·조현아·박용인. 음악에서 셋의 지분은 동일하다. 곡을 쓴 사람이 이끄는 대로 따르기에 부딪칠 일이 없단다. [사진 플럭서스]

‘냉정한 공기가 다시 겨울을 내게 건넨다/슬퍼 눈을 감아/코 끝에 겨울이 온다.’

 3인조 어쿠스틱 혼성그룹 어반자카파(Urban Zakapa)의 3집 수록곡 ‘코 끝에 겨울’에서 반복되는 구절이다. 코 끝으로 감각하는 건 겨울이란 계절만은 아니리라. ‘이별 전문 그룹’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그들만의 차가운 서정이 느껴진다. 멤버 조현아(24)·권순일(25)·박용인(25)을 만났다.

 다음달 3일 나올 앨범을 미리 들어봤다. 밝은 노래가 제법 많다. 2집 때처럼 멤버 모두 실연하진 않은 듯했다. 역시나 조현아만 실연 중이란다. ‘코 끝에 겨울’은 그가 21살에 써둔 곡이다.

 “각자 써온 곡을 모으니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수렴됐어요. 남녀만의 이별이 아닌, 모든 외로움에 대해 위로받는 음악이 됐으면 해요.”(권)

 권순일과 박용인은 인천제일고 동기다. 조현아·박용인은 인천의 실용음악학원 수강생으로 만났다.

조현아는 40곡이 넘는 다른 가수의 노래에 목소리를 빌려준 피처링의 여왕이고, 권순일은 여자 보컬로 오해를 살 만큼 맑고 고운 고음을 자랑한다. 박용인은 허스키한 중저음으로 세가지 음색 삼각형의 밑변을 받쳐준다. 한 동네 또래집단에서 이토록 개성 있는 목소리가 셋이나 나왔다는 건 놀랍다. 그것도 하나의 목소리처럼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이들은 세련됨의 근원을 ‘절제의 미학’에서 찾았다. 듣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또 질리지 않도록 누르고 또 누른다는 것이다.

 “1집 때 불만이 있었어요. 난 조금 더 세고 강하게 부를 수 있는데 이 친구들이 절제를 시키는 거예요. 사실, 절제가 더 힘들거든요. 그런데 앨범이 나오고 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하겠더라고요.”(박)

 1집에 비해 2집이, 2집 보다는 3집이 더 절제된 느낌이다.

 “그래서 저희 음악이 세련되고 나이답지 않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른 20대처럼 ‘나 노래 잘 해’라는 듯 불렀다면 비슷한 음악이 됐을 거예요.”(권)

 억누른 각자의 재능은 솔로곡을 하나씩 넣어 살짝 풀어내고, 콘서트에선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음원 강자이자 콘서트 강자이기도 한 건 앨범과 라이브에서 서로 다른 어반자카파를 만날 수 있어서일 듯하다.

 “수도권에선 공연 때마다 매진되거든요. 팬이 많은 것도 아닌데. 역시 우리의 음악을 사랑해주시는구나 싶어 감사해요.”(박)

 팬레터는 두 달에 한 통쯤, 선물은 일년에 세 개쯤 들어온다. 동료 스타 연예인이 부러울 나이가 아닌가.

 “부럽지 않아요. 저는 이렇게 민낯으로 다녀도 아무 상관 없거든요. 연예인 친구들 불쌍해요.”(조)

 “음악을 더 알리고 싶은 갈증은 있지만 스타가 돼 사람들이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은 없어요.”(박)

 “저희보단 저희 음악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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