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투게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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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농사에 욕심내는 건 만국 공통일까. 아니, 자식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부모의 마음은 인류 공통일까. '투게더'의 아버지는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시골 노동자다.

하지만 그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바이올린 신동 아들 샤오천(탕 윤)이 있다. "아들의 재능을 썩힐 순 없지. 이 아이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자." 부자는 베이징(北京)으로 상경한다. 연줄 없는 시골 소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투게더'를 보면 지난해 히트작 '집으로…'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고생도 아랑곳 없이 이웃집 여인 릴리(첸 훙)에게 코트를 사주려고 바이올린을 팔아버리는 샤오천은 백숙을 만들어준 할머니한테 켄터키 치킨을 내놓으라며 짜증을 부리던 도시 소년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를 향해 줄달음치는 결말도 비슷하다. 할머니가 싫던 손자가 웅숭 깊은 마음에 시나브로 녹아들듯 샤오천도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혼자 시골로 내려가는 아버지의 깊은 정을 뒤늦게 깨닫는다.

'투게더'는 다분히 신파적인 내용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첸 카이거의 이러한 대중지향성은 평단의 논란이 될 만하다. 그럼에도 '투게더'는 연출력에 따라 신파의 위력이 일파만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세의 발판이 될 콘서트를 포기하고 기차역에서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해 신들린 듯 바이올린을 켜는 마지막 연주는 절로 보는 이의 눈물을 자아내는 이 영화의 백미다.

부자 관계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급속한 현대화의 물결에 서 있는 오늘의 중국을 만날 수 있다.

첸 카이거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차근차근 중국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재능 없는 아이에게 돈만 퍼붓는 졸부 엄마, 허영심 가득한 젊은 여성, 그에게 들러붙는 제비족, 정신없는 세상에서 자포자기한 피아노 선생 등 다양한 캐릭터를 보다 보면 한국의 1980년대를 보는 것만 같다.

샤오천을 연기한 탕 윤은 실제로도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14일 개봉.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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