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장의 25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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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차 대전 전야였다.「루마니아」의 가난한 농민「이온·모리스」가 까닭 없이 강제노동 소에 끌려간다. 정부의 공문서에 잘못 기재된 한 대목 때문이었다.
「모리스」는 간신히 여기를 탈출,「헝가리」로 도망간다. 그러나「헝가리」정부에서는 그를 적국「루마니아」인이라고 체포하여 독일로 보낸다.
이리하여 그는 또다시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어느 날 한「나치」장교가 그를 순수한「게르만」의 혈통을 이은 사람에 틀림없다고 착각한다.
이래서 그도 강제노동자의 감시관이 된다. 어느 날「프랑스」노무자들이 그에게 탈주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이들을 돕고, 자기도 연합군의 점령지역으로 도망간다.
여기서 그는 다시「나치」군인이라 하여 적군으로 간주되어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그는 몇 번이나 자기는「루마니아」사람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묵살되고 만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전쟁범죄자로서 유죄 선고를 받는다.
또 다시 그는 갇힌다. 그러나 그에게도 석방되는 날이 왔다. 이제야 모든 일이 다 끝났을 것이라 여기며 고향에 돌아간다.
그러나 그 바로 다음날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진다. 그는 서구에 살고있는 동구 인이라 하여 다시 또 투옥된다. 이번에는 언제 풀려 나오게 될지, 살아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겠는지 전혀 기약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러나 25시간 있는 세계도 있는 것이다.』이렇게 그는 한숨쉰다.
2차대전 후에「게오르규」가 쓴 소설『25시』의 줄거리다.「모리스」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 그저 그는 정치의 야릇한 비인간적인 그물에 얽혀서 끝없는 비극을 겪게 되는 것이다.
소련에 억류되었던 문종하 선장이 16일 상오에 부산에 돌아왔다. 억류 4백10일만의 일이었다.
그 동안 문 선장이 소련에 억류되었던 것은 그가 탔던 고기잡이배가 소련영해를 침범했다는 죄목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의식적으로 침범했던 것은 아니다. 소련과 한국과의 비우호적인 관계도 그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이번에 그가 형기 전에 풀려 나오게 된 것도 남북공동성명에 따르는 친선의「제스처」에서였다고 느껴진다. 그를 잡은 것도, 또 그를 석방한 것도 순전히 정치의「메커니즘」탓이다.
뭣 이 원인이든, 그가 풀려 나온 것은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선장의 말에 의하면 수많은「모리스」가 여전히 소련 안에 갇혀 있다한다.「25시」는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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