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보다 선진국, 채권보다 주식 비중 높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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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로더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내년 해외 증시가 올해 나타난 ‘신흥국 < 선진국’의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주식 투자의 매력이 채권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전망이 밝은 곳은 미국이다. 제조업 지표가 호전되는 데다 부동산 경기 상승에 따른 가계소비 상승 효과까지 기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 미국이 2.6% 성장할 것으로 본다. 유로존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같은 긴축완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일본도 1%가 넘는 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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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매력 유럽 > 북미 > 일본 > 아태

 투자전략가들은 내년 선진국 시장이 ‘경기정상화+주식강세+채권약세(금리상승)’의 조합이 될 것으로 보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높일 때라고 권한다. 비트 위트만 텍사스서퍼시픽그룹 에셋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과거 5차례의 미국 금리상승기에 주식은 채권과 원자재에 비해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금리상승기에 주식시장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없는 만큼 적극적인 위험자산 투자를 고려해볼 때”라고 권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증시가 이미 올 들어 30%와 50%가량 상승한 점은 부담이다. KDB대우증권이 자체 분석모델을 이용해 글로벌 증시의 투자 메리트를 분석한 결과 ‘유럽 > 북미 > 일본 > 아시아·태평양’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KDB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경기 정상화 초기 국면인 유럽이 투자 매력도는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업종을 유망종목으로 많이 꼽고 있다.

 선진국 증시를 끌어내릴 악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내년 초 시작될 테이퍼링이 채권의 대량 매도로 이어질 경우 국채 수익률이 급등, 미국 경제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경우 발생할 디플레이션, 여전히 높은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비율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할 수 있는 소재다.

중국 다소 흐림, 인니·태국 피해야

 선진국에 비해 중국 시장 전망은 다소 흐리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경제 체질개선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낮춰 잡을 것”이며 “생산과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2200 수준인 상하이 종합지수가 내년에 2000∼2300 범위에서 ‘상저하고’의 모습으로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의 소비재·부동산 같은 산업은 부진하겠지만 태양광·식품안전 같은 산업은 상승 요인이 많다.

 이머징 국가 중 인도네시아나 태국 같은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은 테이퍼링 이슈가 해소될 때까지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는 시각이 많다. 대신 각각 미국과 일본, 독일로의 수출이 많은 멕시코·필리핀·폴란드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다.

 국내 자산가들이 많이 하는 이머징 국채 중에서는 브라질과 멕시코 국채의 매력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 600원이 넘었던 원-헤알 환율은 최근에는 460원 수준까지 떨어지며(헤알화 약세) 투자자들을 울렸다. 하지만 비과세·고금리 매력이 워낙 큰 데다 브라질 위기론이 진정되고 있어 내년 경기지표 개선과 함께 헤알화는 다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 국채도 유망하다는 지적이다. 원-페소 환율이 2008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할 만큼 페소화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통화 절하폭이 큰 남아공·터키 국채나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러시아 국채에 대한 추천도 많지만 리스크를 감안하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원자재 시장은 하반기 반등할 듯

 내년 원자재 시장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상반기보단 하반기가 좋은 ‘상저하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상반기에는 미국의 테이퍼링에 따른 달러화 강세 우려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속화하면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유는 이란 핵협상 타결과 미국 원유생산 증가로 당분간 하락요인이 많다. 귀금속 시장에선 금보다 은의 매력이 크다. 금은 내년 상반기엔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은은 태양광 수요 증가에 따른 산업용 수요가 늘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상승 압력이 강해질 전망이다. 옥수수 같은 곡물은 경기 후행적 성격 때문에 2015년 이후에나 본격적인 반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창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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