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운드화의 동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영국이 23일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를 전제로 하여 유동환율제를 실시함으로써 국제통화체제는 또 다시 그 불안정성을 여실히 노출시켰다. 작년 12월에 이루어졌던 달러의 평가절하와 다각적인 평가조정으로도 국제통화질서는 정상을 되찾지 못했음을 실증한 셈이며 때문에 앞으로도 국제통화상의 파동은 계속 일어날 것임을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이다.
영국이 파운드화의 유동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작년의 다각적인 평가조정 과정에서 파운드화가 과대 절상되었다는 사실이라 하겠으나, 그밖에도 영국 경제의 체질적인 약화, 미국 국제수지의 계속적인 악화 등이다. 즉 영국 경제는 고질적인 파업의 연속으로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임금 상승 압박을 받고 있어 국제수지 면의 역주현상이 두드러지게 진전되어 왔다. 때문에 파운드화에 대한 국제적인 신인도가 올해 들어 계속 떨어지고, 당연한 귀결로 단기자본의 유출현상이 격화되었던 것이다.
한편 미국의 국제수지도 71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계속 악화하고 있으며, 당분간 호전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달러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달러-파운드라는 기축통화에 대한 불신감을 또 다시 가속화시키고 금가격이 온스당 65달러 선으로 치솟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단기자본 유출을 촉진시키는 원인을 형성시켰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우리는 파운드화의 유동화 조치를 단순한 개별국가의 평가절하 조치로 국한 시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되며 오히려 또 다른 변화의 전주곡으로 보아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검토를 가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금가격의 폭등과 미·영의 국제수지 악화 및 파운드화의 유동화 조치는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행 IMF체제가 한계성을 드러냈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금가격의 공식적인 대폭인상을 불가피하게 하는 징조가 아닌가.
둘째, 미국의 달러가 교환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통화파동과 무역전쟁은 앞으로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IMF나 주요 선진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타결시켜 나갈 것인가.
금가격의 대폭적인 인상 없이는 달러의 교환성이 회복될 수 없을 것인 반면 SDR의 확대에 의한 문제의 해결은 현재 상황으로 보아서는 한계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므로 주요 선진국이 또다른 평가조정작업을 착수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의 엔화는 파운드화의 유동화 조치로 또 다른 평가절상 압력을 받게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끝으로 국제통화 질서가 혼란을 거듭하면 할수록 우리와 같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불의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질 것임을 직시하여 탄력성 있는 국내정책을 집행해야할 것이다. 다시 말하여 파운드화의 유동화로 파생되는 모든 새로운 사태가 미·일 경제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충분히 평가하여 국내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