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증원·직제 개선|새 청사 인수에 난제 안은 국립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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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립박물관은 현재의 인원과 체제로써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해방 후 20수년간은 이렇다하게 벌이는 사업이 없이 현상 유지만을 해오던 현 체제로써는 새 청사를 인수할 능력조차 없이 이사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국립박물관은 지난해 부여 분관의 신 청사 개관을 비롯하여 금년에는 본관이 경복궁 중앙박물관으로 들어가게 되고 73년에는 경주와 공주의 분관도 준공, 개관할 예정이다. 그 중에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서울의 본관.
이러한 새 청사의 신축에 따라 관리 면적이 확대되고 또 거기 시설 장비를 현대화함에 따라 그의 관리 운영 요원도 훨씬 많이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얼마나 크고 시설이 어떠하든 간에 종래의 방식대로 유야무야의 기관으로 내버려둔다면 또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청사가 시대적 국가적 요청에 의하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마련했듯이 유일한 이 국립박물관으로 하여금 명실상부하게 민족의 긍지와 사회 교육 기관으로서 제구실을 하게 하려면 현 체제와 인원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귀중한 유물의 진열이니 만큼 진열실이 확장될 수록 품목이 다양하게 마련이요, 그것들의 효율적인 전시를 연구·운영·감시해야 한다.
앞으로 관람객, 특히 외국 관광객의 관람이 증가될 것이므로 이를 올바로 소개하는 홍보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홍보는 안내만이 아니라 소개 책자까지 포함한다.
또한 이제까지 사장돼 오던 창고의 자료들이며 도서실도 공개되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물의 조사·정리·사진 등 각 방면 전문 요원이 소요된다.
이 같은 당면한 긴급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립박물관은 자체의 직제를 개선하도록 총무처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문화 선양 기관에 대해 등한해 오는 정부 예산의 관례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개정 안에서는 본관의 경우 새 청사에서 확보시켜야할 최소한 인원을 66명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현재 박물관의 본관 인원은 일반직 15명에 기능 및 고용직 14명으로 합계 29명에 불과하며 3개 분관까지 합해도 56명에 불과하다.
본관에서 증원을 기대하는 27명 가운데 학예직은 단 한명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시설 운영과 관내 관리를 위한 기능직 및 고용원들인 것이다.
현재 국립박물관 본관의 직제는 관장·부 이사관 아래에 서무·고고·미술의 3개 과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직제 개정안에서는 관장을 보좌하여 관내의 행정 문제를 관장하는 부이사관 (2갑) 의에 학술적인 면에서 보좌하는 학설관 (2을) 을 따로 두고 밑에 유물 담당관 (3을)을 두게 한다는 직제이다.
따라서 3개 과 이외에 사회 교육·도서 간행 등 일반 국민과 박물관을 긴밀히 연결짓기 위한 보급과를 신설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유물 담당 관제를 새로 제안하는 것은 유물의 출납이 앞으로 격증되는데 따른 조처로 해석된다. 경복궁의 새 청사 내 10개 진열실에 전시할 유물은 3천5백 점. 그 면적은 1천5백평에 달하는데 현 인원 29명이란 덕수궁 동관의 3백 평 남짓한 전시실에 주어졌던 인원인 것이다. 거기에 69년에는 서관 (구 덕수궁 미술관) 4백여 평이 흡수됐고 앞으로는 진열실 당초의 5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전시 유물의 격중으로 말미암아 유물 출납을 관장하는 담당자를 따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 박물관 측의 제안 설명이다.
특히 박물관의 현 직제는 학예관이 없이 행정관에 의해서만 지휘 감독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재작년 직제 개정에서 편의상 학예관 직제를 없애 버린 때문이며, 이로 말미암아 박물관에는 본관으로부터 낯선 행정 관리가 들어오거나 혹은 좌천의 길목으로 전락해 버린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박물관 측은 박물관이 이 이상 타락할 소지를 이 기회에 제거하기 위하여 외국의 예와 같은 전문직 학예관의 부활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사의 관리를 위한 기능직 및 고용직은 건평과 전시실 등 확장된 건물의 현상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인원이다. 본관 및 각 분관에 있어서 신축 청사의 평수는 별표와 같다 (괄호 안은 구관 평수).
본관의 경우 종합 박물관 건물에는 보일러 냉방기가 신설되고 변압기가 확충되어 있다. 전시실과 기타 사무실·자료실 등이 많아짐에 따라 교환기·「인터폰」 시설도 대량 증가된다.
지방 분관에도 이에 준 하는 시설이 설치되므로 이에 필요한 인원의 확보는 사실상 박물관의 커다란 난제로 남아 있다.
국립박물관은 금년 7천6백만원의 예산에서 내년에는 l억5천만원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만한 예산이 책정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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