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맹 숨통 죄는 기동요새 미7함대|신상갑 특파원 미 구축함 「사즈필드」호 함상서 제2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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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산군 공세이후 「사이공」의 통금시간은 밤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로 되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의 안내를 맡은「론·뮬러」중위에게 의논해 아예 집에서부터 그의 인도를 받기로 했다. 「탄손누트」에서 7함대가 제공한 CIA기를 탄 것이 아침7시. 「다낭」공항까지 날아가 급유가 끝나자 다시 이륙, 비행기는 곧 바다 위를 날았다. 2시간 반쯤 북상했을 때 『밑을 보면 곧 착륙할 「미드웨이」호가 보인다』는 조종사의 「어나운스」. 그것은 하나의 섬이었다. 전체가 광물질 특유의 둔탁한 빛깔로 번쩍이는 하나의 섬이었다.
12일 하오 해군대형「헬」기 편으로 「미드웨이」호를 떠나 망망한 해상을 날아 목적지인 미 구축함「사즈필드」호로 향했다.
구축함은 대형「헬리콥터」가 앉기에는 너무 적어 기자는 소 고삐 같은 밧줄로 허리를 묶은 다음 승무원이 떠밀면 줄을 따라 바로 밑의 「사즈필드」호에 있는 해군들이 붙잡아 배 위에 올랐다.
「사즈필드」호는 한달쯤 월맹항구 「탄호아」「빈」해안일대의 적「타기트」들을 강타하다가 지난10일 현 위치로 이동했다고 함장인 「필드먼」 해군중령이 말했다.
「사즈필드」호는 「통킹」만에선 주로 야간 함포 사격을 해왔다. 낮에는 월맹군 해안포대 때문에 급박한 경우가 아니고는 함포를 쏘지 않는다고 했다. 「사즈필드」호와 공산 측 관할 해역까지의 거리는 약4㎞. 적지에 이토록 접근해도 괜찮으냐는 질문에 비무장지대(DMZ)남쪽의 적 지상군은 대수롭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월맹해안에서는 얘기가 다르다고 했다. 4㎞까지 적 해안에 접근하는 수도 있으나 바로 목표를 공격하고 달아나야 하며, 위치를 바꿔 적을 공격하므로 밤잠을 못 자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DMZ 이남 지역으로 교체한다.
따라서 「통킹」만과 DMZ남쪽 수역에서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들의 상호자리 이동은 변화무쌍하여 함장 자신도 자기 배가 며칠 후에 어디로 이동할는지 전혀 모른다했다.
「사즈필드」호 중앙에는 5「인치」함포를 2문씩 앞뒤를 향하게 설치해놓고 있으니 모두 4문을 보유하고 있다.
함포의 정확성과 위력은 대단하여 1분이면 조그만 어촌은 싹 쓸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함장을 비롯한 약 3백명 장병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수면부족. 그래서인지 포를 쏘지 아니할 때는 어디서고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6월 14일 「사즈필드」호는 「싱가포르」로 가서 약 1주일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킹」만의 「키티·호크」, 「미드웨이」에서 DMZ남방의 「사즈필드」호로 갔다가 13일 다시「통킹」만에 진을 친 항모「새로토거」호에 왔다.
「하노이」「하이퐁」「호아빈」 일대를 폭격하고 돌아온 4대의 「팬텀」기가 착륙할 때는 폭음으로 귀가 멍멍하다.
「로이터」·UPI기자들도 월맹연해로 가는 구축함을 기다리다 이틀간이나 허탕을 치고 풀이 죽어 「새러토거」호에 앉아있었다.
「새러토거」호에서는 13일 두 차례의 북폭에서 돌아온 F4「팬텀」기 조종사「앨프리드·비숍」대위와 회견할 기회를 가졌다.
「펜실베이니아」대학출신으로 나이 26세인 「비숍」대위는 이날 교량, 철도, 도로, 화약고등 목표를 폭격하는 동안 「샘·미사일」이 발사되어 자기 비행기 바로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행히「미그」기와의 조우는 없었다고 한다.
「새러토거」호에는 「펜텀」기가 20대 적재되어 연일 북폭을 감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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