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방응…대학 학생회장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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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냉랭한 반응 속에「캠퍼스」엔 학생회장선거가 한창이다. 회장선거는 축제와 함께 전체학생의 참여를 전제한 대학가의 집약적 자치활동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대학생 스스로가 그들 자신의 가장 중요한 행사를 외면하는 가운데 벌이고 있는 학생회장선거는 대학사회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생회장선거에 2백 만원의 선거비를 쓴다거나「캠퍼스」∼다방∼「호텔」을 연결하는 학생들의 득표운동 등은 일반 사회의 지탄도 받았지만, 그런 대로 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이 있을 때 얘기였다.
금년 서울대의 경우는 입후보자가 없어 총학생회 구성이 아직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런 현상은 다른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일 실시한 연대의 단과대 회장선거는 문과대 및 상경대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치러졌으며, 12일의 성대선거는 법정대, 이공대, 수학대 등이 모두 단일후보로 무투표 당선되는 선거무관심을 보였다.
15일의 고대단과대 회장선거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물론, 벽보조차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여 학생들은 선거일조차 모르는 정도였다. 9일 연대의 총회장선거 투표율이 44.6%였다는 것은 대학사회에서 자치활동의 위기론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학생들 자신은 자치활동에 대한 회의를 자아내는 상황에서, 허탈감으로 인한 자조와 자학의 작용으로 풀이하고 있다. 과거의 기성선거 도습에 대한 환멸이나 자치활동 참여 거부에 의한 무언의 시위도 여기에는 내포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들은『냉소적이고 자학적인 시위는 어디까지나 시위로 끝날 뿐 이를 통해 방법이나 대안이 모색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참다운 저항정신은 진정한 참여의식을 전제해야 한다고 반성하고 있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새 학칙에 의한「서클」활동의 제약으로 지적되고 있다. 10명 이상의 모임에 반드시 학교의 허가를 받도록 한 학생들의「서클」활동규제는 사실상 학생회장에 입후보할 학생이「캠퍼스」안에서 폭넓은 친교활동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서클」활동을 계속해 오면서 일반 학생들이「회장감」을 미리 알고 인간적 유대를 갖도록 되어야만 선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방법이 저속하다는 것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입후보자의 득표작전은 천편 일률적으로 향우회·동문회를 무대로 전개된다.
선거참모들은 지역안배를 해야 되며, 돈을 대어 향우회·동문회 등을 개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연이나 학벌에 의존하는 득표작전의 전근대성은 일반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선거에 환멸을 느끼고 외면하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입후보자들이 내거는「슬로건」이나 공약이「이슈」가 되는 일이 없다. 이런 현상은 결국 학생들이 투표할 때 기준을 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며, 무관심의 원인이 된다는 것.
이러한 여건 속에서 비록 학생회가 조직된다고 해도 그것이 학생사회의 요구를 대변하거나 일체감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교수들은 지적했다. 절반도 참여 못하는 선거 무관심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은 대학 내외의 과제일 뿐 아니라 민주시민의 교육이란 입장에서 한국대학 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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