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첩첩...동서 균형 감군|유럽 안보회의 예비회담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독회의의 독·소, 독·파 조약비준, 미·소 정상회담에서의 「유럽」긴장완화 원칙합의 3일의 4대국 「베를린」협정의 발효 등 일련의 사태발전으로 미국을 포함한 서구진영과 동구의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유럽」안전보장회의가 빠르면 금년 11월중에 첫 예비접촉을 갖게됐다. 동서간의 무력대결을 지양하고 경제·과학기술·문화등 각 분야의 협조와 교류를 모색, 안정된 공존체제를 마련하자는 「유럽」안보회의 소집문제는 67년 내 소련에 의해 주창돼 왔었다.

<지상군보다 「미사일」이 문제>
당시의 소련제안은 중·소 국경위기에 따른 「유럽」방면에서의 군사부담 수화 책으로 순전한 병력감축에 의한 안전보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 병력감축도 주로 「유럽」주둔미군의 철수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그 동안 이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함에 따라 상오 병력균형감축, 경제·과학기술·문화교류 및 이의 실현을 위한 상설기구 설립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중 가장 먼저 다루어야하고 또 핵심이 되는 것이 「나토」의 2백10만, 「바르샤바」동맹의 2백30만에 이르는 동서 양 군사「블록」의 병력감축 문제다. 우선 병력감축이 실효를 거두려면 미·소 양군의 철수 내지는 감축문제가 첫 번째로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미·소 양군의 철수·감축문제는 전략적인 면과 양국의 국내사정의 두 가지 측면에서 실현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즉 전략적인 면에서 볼 때 장거리 핵「미사일」전략상 현재와 같은 규모의 지상군 유지는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또 서구와 동구간에 효과적인「미사일」방어체제가 갖추어져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양「블록」이 서로 만족할만한 안보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소련으로서는 또 중공과의 대립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에서의 긴장완화가 절실한 문제로 되고 있다.
국내사정으로는 미국의 경우, 경제불황과 만성적인 국제 수지적자가 겹쳐 「유럽」에 주둔한 미군32만 명에 의한 서구방위부담이 과중하다는 점과 의회에서의 철군압력을 들 수 있다. 지난해에는 「맨스필드」의원이 71년 말까지 「유럽」주둔 미군을 반감하자는 결의안을 제출, 「닉슨」행정부를 곤경에 몰아넣기도 했다.
소련으로서도 서구와의 긴장완화를 통한 과학기술 도입, 군사비의 절감에 따른 소비경제의 신장을 위해서 병력의 감축은 불가피 한 것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막상 병력감축의 필요성은 대두되더라도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우선 서구의 경우, 미군은 전시의 전투력으로서 뿐만 아니라 평시에 억제력으로서 정치·심리적인 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동서자체 군·주둔군은 역 비율>
특히 NATO방위력의 중핵인 전술 핵 전력의 대부분을 미군이 담당하고 있어 미군이 철수 할 경우 통상전력 면에서도 「바르샤바」군에 뒤지는 NATO군의 전력을 크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미군철수 후 소련에 의한 서구침공을 가상할 경우, 소련은 보급과 병력보충 면에서 미국에 비해 지리적으로 훨씬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따라서 단순한 병력 수에 의한 균형감축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나토」소속의 미군이 32만 명인데 비해 「바르샤바」소속의 소군 병력은 1백70만에 이르고 있는 사실 하나로 병력 수에 의한 상호 균형감축이 합리적이 못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그리고 「나토」의 2백10만 병력 중 자체 군이 1백80만, 주둔군(미군)이 32만인데 비해 「바르샤바」군은 자체 군이 60만, 주둔군(소군)이 1백70만으로 동·서 자체 군과 주둔군의 비율이 역으로 돼있어 균형감축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현재의 일반적인 견해로는 병력감축교섭이 개시될 경우 우선 중구, 즉 NATO측에서는 서독·「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바르샤바」측에서는 동독·「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헝가리」의 병력이 대상으로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들 지역 중 특정지역의 병력한도·병력이동에 대한 제한 등이 토의 대상이 될 것이다.
한편 중구의 병력감축은 방위의 거의 대부분을 27만 명의 미군을 비롯한 58만의 연합군병력에 의존하고 있는 서구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브란트」서독수상은 지난해 6월「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중구의 병력상오감축을 『상징적』으로 5%~10%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병력감축은 내용도 복잡하려니와 다수국가에 관련되어 교섭에 많은 난점과 기간이 따를 것을 감안하면 「브란트」의 상징적 감군 제의는 감축병력의 검증과 사찰도 용이하고 또 실제교섭을 추진하는데도 정치적·심리적 효과가 크리라는 점에서 감군 교섭이 교착될 경우 1차 적 대안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짙다.
「유럽」안보회의에서의 경제적 측면은 「유럽」공동시장(EEC)의 확대를 고려할 때 소련으로서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소련은 60년대에 「코메콘」(동구경제공동체)이 EEC를 능가할 것이라고 장담해왔으나 EEC가 이제는 「다이내믹」한 기구로서 성장했고 영국의 가입까지 실현되어 「코메콘」과의 대립을 지양하고 타협에 의한 교류를 시도, EEC의 일방적 비대화를 견제할 만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상설기구 설치도 거론될 듯>
이는 물론 경제적인 실리를 얻는 데에도 목적이 있겠으나 EEC의 정치적 기구로서의 발전이 소련의 「유럽」정책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EEC 견제가 「유럽」안보회의의 경제면에서의 소련의 1차 적 목표로 꼽히는 것이다.
또 하나 「유럽」안보와 관련된 상설기구의 설치는 안보회의가 상당히 진전됐을 경우 미해결문제를 다루는 것은 물론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제문제 및 토의사항의 집행을 위해 거론될 것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제의는 이미 66년부터 6차례에 걸쳐 「바르샤바」조약국의 정상회담, 외상회담에서「유럽」안보회의가 성숙됐을 때 설치하자고 제의해왔다. 그러나 「유럽」판 「유엔」으로 비유되는 이 기구의 설치는 「유엔」에서 지금까지 강대국의 이해가 대립될 경우 아무런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실적으로 미루어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김동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