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원유 수출국 귀환 눈앞 … 유가 10% 떨어질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등 주요 국가들과 핵협상을 타결한 결과다. 국제 원유값 하락이 예상된다. 요즘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70만 배럴 정도다. 브라질보다 적다. 원유 수출 순위에서 23~25위 수준이다. 아직 원유 수출 제재가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당장 합의된 것만 보면 “핵협상 타결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로이터통신이 전한 한 오일 딜러의 말이다.

 이란은 2007년만 해도 하루 250만 배럴 이상 원유를 수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 이어 3위 수출국이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옥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수출량이 70% 이상 급감했다. 그 바람에 이란은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봤다.

 하지만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에 귀환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원유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북해산 브렌트유 값이 배럴당 12달러 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요즘 브렌트유 값은 107~109달러 정도다. 10% 남짓 하락한다는 얘기다.

 한술 더 떠 산유국들의 가격전쟁을 예측하는 금융회사도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이 앞으로 늘릴 원유 수출은 사실상 공급 과잉”이라며 “원유 값이 하락하면 원유 판매총액을 유지하기 위해 산유국들이 더욱 생산과 수출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지역 산유국은 감산하기가 쉽지 않다. 아랍 민주화운동을 차단하기 위해 복지 지출을 크게 늘려서다.

 한국은 2011년 기준 이란 원유의 4위 수입국이었다. 하루 23만 배럴 정도 사들였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란 국민의 생활형편 자체가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는 국제 교역이 낳은 물가 하락 효과다. 미국 등의 경제 봉쇄 때문에 이란의 수입 물가는 국제 시세보다 평균 24% 정도 높아졌다. 전형적인 경기침체와 고물가 현상이었다.

 로이터는 “이란인들이 고물가·침체에 시달리다 올 6월 대통령선거에서 미국과 협상할 수 있는 온건파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란인들의 생활이 나아지면 후속 핵 검증과 협상도 한결 수월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 이란 내 온건파 또는 협상파의 정치적 지위가 한결 강화될 수 있어서다.

강남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